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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남은 트럼프 결정, 韓 정부·업계 전방위 압박

경계영 기자I 2018.01.15 06:05:00

삼성 서둘러 '현지 공장' 가동하고
LG도 내년 1분기서 연내로 앞당겨
정부 "반덤핑 관세 부당" 보복조치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세종=김상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결정을 보름여 앞두고 정부와 업계가 전방위적으로 뛰고 있다. 삼성·LG전자는 현지 공장 가동 일정을 앞당겼고, 정부는 앞선 2016년 승소한 세탁기 반덤핑·상계 관세 부과 건에 대해 보복 조치에 나섰다.

◇삼성·LG전자, 앞당긴 현지 공장 가동

삼성전자(005930)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세탁기 공장을 준공해 12일(현지시간)부터 가동을 시작한다고 14일 밝혔다. 57만8512㎡(17만5000평) 부지에 들어선 공장에서는 세탁기를 연간 100만대 생산할 예정이다. 현지 고용 인력도 950여명에 이른다.

당초 1분기 중 준공하려던 계획이 바뀐 이유는 2월2일 내로 결론날 트럼프 대통령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 때문으로 풀이된다. LG전자(066570) 역시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짓는 가전공장 가동 시기를 내년 1분기에서 연내로 변경했다. 새로 터를 잡아 공장을 짓기 때문에 일정을 더 앞당기긴 어렵다고 LG전자는 설명했다.

미국 최대 가전업체 월풀(Whirlpool)은 지난해 9월 삼성·LG전자 등의 세탁기 수입으로 자국 산업이 피해 혹은 피해 우려가 있다며 세이프가드를 요청했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이를 받아들였다. ITC는 120만대 이상의 세탁기와 5만개 이상의 부품에 각각 50%(첫해 기준)의 관세를 매기는 권고안을 내놨다.

이달 초 공청회를 마친 미 무역대표부(USTR)까지 권고안을 내면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와 수위를 결정한다. 다만 ITC나 USTR 모두 권고안에 불과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혀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LG전자가 미국 내 세탁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가정용 세탁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은 각각 12.8%, 11.5%를 차지했다. 이는 1년 새 1%포인트, 0.2%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같은 기간 월풀과 GE의 점유율은 각각 21.6%, 14.8%로 0.2%포인트, 0.1%포인트 내려갔다.

밥 호일러 유로모니터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는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고자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삼성전자가 현지에 공장을 지은 것은 사실상 관세 정책을 피할 수 있는 합리적 조치”라고 분석했다.

◇美 다녀온 통상차관보…아웃리치 계속

정부도 업계와 함께 아웃리치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세탁기뿐 아니라 태양광, 철강 등 미국 내 보호무역 흐름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 지난 한 해 제기한 무역 분쟁은 23건으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발동 요건이 엄격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요청도 2001년 이후 처음 제기됐다.

최근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가 미국으로 급파됐다. 누구를 만났는지 확인되진 않지만 잇단 세이프가드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부는 미국이 지난 2013년 삼성·LG전자에 부당하게 부과한 반덤핑·상계관세에 대해 보복 절차를 밟기로 했다.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DSB)가 2016년 9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문제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최종 기일이었던 지난달 26일까지 미국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월풀이 제소한 세탁기 세이프가드와는 별개의 건이지만 세이프가드 최종 결정을 앞두고 일종의 압박으로 풀이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WTO 판정을 이행하지 않자 규정에 따라 보복관세 부과 허용을 신청한 것으로 세이프가드 조치와는 무관하다”면서도 “WTO에 위반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12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위치한 신규 가전 공장에서 출하식 행사를 가졌다. (왼쪽부터)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 랄프 노만 연방 하원의원, 팀 스캇 상원의원, 헨리 맥마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사장), 팀 백스터 삼성전자 북미총괄(사장), 김영준 아틀란타 주재 총영사.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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