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계약 10건 중 6건은 표준하도급계약서 미사용"

정태선 기자I 2017.11.26 10:06:15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 자동차부품 생산설비 제작업체 A사는 원사업자로부터 설비 제조위탁을 받고 납품까지 완료했다. 하지만 계약조건의 수정사항이 있어 원사업자가 회수해갔던 원본 계약서를 아직도 받지 못했다. 원사업자가 구두로 같은 설비를 추가 발주한다고 해서 납품단가도 최초 견적서 기준 70% 수준으로 정했는데, 추가 발주는 물론이고 납품한 설비의 하도급대금 일부도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목재제조업체 B사는 전체 매출의 60%를 어음으로 결제 받는다. 어음의 수취기간은 평균 30일이고 금액이 큰 경우 90~120일까지 늦어지기도 한다. 만기는 평균 60일로, 수취기간과 만기를 합한 총 수취기간은 90일이 넘어간다. 하지만 법정 어음할인료는 너무도 당연히 받지 못하고 있으며, 금융비용 등 현금이 필요한 부분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해결하고 있다.

중소제조업 하도급 거래 시 하도급 계약 10건 중 6건은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중소제조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7 중소제조업 하도급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26일 이같이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하도급 계약의 58.2%는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 중 41.1%는 발주서·메일 또는 구두로 위탁이 이뤄져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경우 수급사업자의 피해구제가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제조업체들은 가장 빈번한 원사업자의 의무행위 위반사항으로 서면발급 의무 위반(54.2%), 선급금 지급 의무 위반(37.3%)을 꼽았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 계약에 필요한 정보가 원활히 공유되지 않는 것이다.

하도급대금의 평균 수취기일이 현금은 33.2일인데 반해 어음은 평균 수취기일 34.4일과 평균 만기 75.3일을 합한 총수취기일이 109.7일로 법정 대금 지급 기한보다 약 50일이 더 걸렸다.

납품일 기준 60일을 초과해 어음결제가 이뤄질 경우 법정할인료를 지급해야하지만 받지 못하는 업체가 70.9%에 달해 어음결제에 따른 금융비용은 수급사업자의 부담이 되고 있다. 중소제조업체가 지급받는 하도급대금의 결제수단별 비중은 현금(현금성 포함) 77.9%, 어음 21.8%였다.

제조원가가 오른 업체는 10곳 중 5곳(49.8%)이나 납품단가가 오른 업체는 10곳 중 2곳(17.8%)에 불과해 중소제조업체가 느끼는 제조원가 인상 압박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작년보다 하도급거래가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다. 하도급거래가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5.6%로, 작년 11.2%에 비해 감소했다.

불공정 하도급거래의 개선방안(복수응답)으로는 ‘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처벌 강화(49.6%)’, ‘법·제도 개선(47.8%)’, ‘주기적 실태조사 및 직권조사 실시(34.6%)’, ‘원사업자에 대한 공정거래 의무교육 실시(22.2%)’로 조사됐다. 수급사업자의 불공정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및 확대(50.6%)’, ‘하도급법상 손해배상 절차 도입(19.8%)’, ‘손해배상 소송 시 법률지원 강화(18.6%)’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하도급 불공정행위는 계약체결 단계에서 계약조건이 원활히 공유되지 않거나 협의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표준계약서 사용 확산 및 중소제조업체에 부담이 전가되는 어음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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