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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수익 반토막···초저금리에 대학 장학기금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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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영 기자I 2016.07.11 06:30:00

한은 기준금리 1%대····장학기금 이자수입 반 토막
이자수입 줄자 ‘원금 보존’ 방식 장학금 지급 타격
일부 대학 기부자 동의 얻어 원금서 장학금 주기도
“기부금 소득공제 부활···기부문화 확산 절실"지적도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동국대는 2004년부터 ‘박관호 교수 제자사랑 장학금(박관호 장학금)’을 운영하고 있다. 2003년 작고한 고 박관호 명예교수가 생전에 사재를 출연한 기부금 5억 원이 종잣돈이다. 동국대는 학기당 6명의 학생들에게 박관호 장학금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장학금 수혜 대상과 지급액이 줄었다. 기준금리가 1%대로 하락하면서 이자수입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012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8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다. 이 기간 기준금리가 3.25%에서 1.25%로 하락하면서 대학의 장학기금도 수난을 겪고 있다. 특히 ‘원금 보존’을 조건으로 기부를 받은 장학기금에서 이자수입이 급감하면서 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기금에서는 이자수입만으론 장학금 지급을 감당하기 어려워 원금까지 손대는 사례가 나온다.

금리 인하 직격탄 운용수익률 급락

10일 동국대에 따르면 ‘박관호 장학기금’의 이자수입은 2012년 2830만원에서 2014년 2080만원, 2015년 844만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이 때문에 2014년까지만 해도 학기당 6명의 학생에게 지급하던 박관호 장학금을 지난해부터는 4명에게만 줬다. 1인당 지급액도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삭감됐다. 이자수입이 반 토막 나면서 불가피하게 수혜대상과 지급액을 줄인 것이다. 김영민 동국대 대외협력처 과장은 “매년 이자수익의 20%는 다시 기금으로 적립해 왔지만 지금은 모두 장학금으로 주기에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중앙대도 미국에서 목회 중인 교육학과 동문 주선영 목사(51학번·뉴저지주 성산교회)의 기부금 13억 원으로 2001년부터 ‘요남 장학금’을 운영하고 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쌓인 기금규모는 10억 원이었지만 이자수입만 9년간 1억8000만원을 넘었다.

중앙대는 이 기간 재학생 76명에게 1인당 300만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금리 여파로 1인당 지급액이 200만원으로 감소했다. 결국 주 목사는 2011년부터 3회에 걸쳐 3억 원을 추가 기부했다. 지금은 13억5500만원으로 기금규모가 늘었지만 이자수입은 6년간 1억5600만원에 그쳤다.
주요 대학 ‘원금 보존’ 방식의 장학기금 운용 현황(자료: 각 대학)
이자수입 줄자 기부자가 추가 기부도

이자수입이 줄면서 기부자의 추가 기부로 장학금을 꾸려가는 사례도 있다. 한양대는 2014년부터 매년 영문과 학생 1명에게 등록금 절반 정도를 ‘박선부 장학금’으로 지원해 왔다. 영문과 강명순 명예교수가 2013년 동료교수였던 남편(박선부 한양대 교수)과 사별한 뒤 기부한 1억 원이 발단이 됐다. 하지만 이자수입이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감소하면서 지금은 장학금 지급 때마다 매번 강 명예교수가 100만원을 추가 기부하고 있다.

당초에는 ‘원금 보존’ 방식으로 장학기금을 운용하다가 기부자의 동의를 얻어 운용방식을 바꾼 경우도 있다. 한국외대의 ‘윤강로 장학금’이 대표적이다. 외대는 ‘선물투자의 전설’로 불리는 윤강로 KR인베스트먼트 회장(외대 인도어과 77학번)으로부터 9억 원을 기부 받아 2010년부터 학생들에게 윤강로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이자수입으로만 장학금을 지급하다보니 수혜인원과 지급액은 2010년 6500만원(18명)에서 2012년 3400만원(12명), 2014년 1900만원(8명)으로 감소했다. 결국 외대는 기부자의 동의를 얻어 지난해부터 이자수입과 함께 원금에서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금규모는 8억 원으로 감소했지만 2015년 지급액은 2400만원으로 2013년 대비 1000만원 증가했다.

“기부활성화 위해 소득공제 부활해야

일반적으로 대학에 거액을 기부하는 이들은 ‘원금 보존’ 방식을 선호한다. 장학기금은 통상 기부자의 이름을 따 명명되기 때문에 해당 장학금이 오래 남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대학들은 이자수입만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데 한계를 맞고 있다. 최근 대학들이 ‘소수 독지가의 거액기부’보다 ‘다수에 의한 소액기부’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윤경욱 한국외대 발전협력팀 부장은 “저금리 시대에는 다수의 기부자로부터 정기적으로 기부를 받아 그때그때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소액기부가 대안”이라며 “1만 명이 매달 만원만 기부해도 340명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부금 소득공제를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2014년부터 기부금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세금혜택이 줄었기 때문이다. 2013년만 해도 1000만원을 기부할 경우 연말정산 시 세율 35%를 적용, 350만원을 공제받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소득과 관계없이 기부금 3000만 원 이하는 15%만 공제받는다. 1000만원을 기부할 경우 150만원(15%)만 공제받기 때문에 이전보다 세금혜택이 200만원 축소됐다.

김영민 동국대 과장은 “최근 연말정산의 특별공제 항목이었던 기부금이 세액공제로 전환돼 세금 혜택이 줄었는데 이를 다시 되돌려 기부 문화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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