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사위원 리뷰
뮤지컬 ''레미제라블''
주옥같은 넘버·상징적 무대연출
인간애 시공초월한 주제·빛나는 캐릭터
30년 내공이 빚은 스펙터클 볼거리
|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사진=레미제라블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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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 극작가] 지난해 11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긴 일정이 시작됐다. 원작에 대한 정식 라이선스를 받고 2012년 초연 후 3년 만에 앙코르공연을 올린 것이다(3월 6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협력연출 크리스토퍼 키, 국내연출 홍승희).
작품은 그야말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입증한 소위 ‘킬러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1895년 런던에서 처음 탄생해서 30여년간 세계 44개국 319개 도시에서 22개의 다른 언어로 무대에 올랐다. 관객 수만 해도 7000만명이 넘는다고 하니 우리나라 전체 인구수보다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는 말이 된다.
사실 작품은 명성에 비해 이해하기가 쉬운 구성은 아니다. ‘레미제라블’은 가련한 사람들이란 뜻으로,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다. 굶어가는 조카들에게 먹일 빵을 훔쳤다가 평생 죄인의 굴레를 뒤집어쓴 장발장과 정의를 위한다고 평생 장발장을 쫓는 자베르, 딸을 위해 몸을 파는 창녀 판틴, 판틴의 딸을 사랑하는 마리오스와 젊은 혁명가들 등 너무 많은 등장인물과 방대한 사건이 송스루(Song-through) 형식으로 정신없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각각으로 보면 갈등의 축은 분명하나 전체적으로 보면 극적인 구성보다는 문학적으로 흘러가기에 바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등장인물의 존재이유를 응축한 주옥같은 뮤지컬넘버와 상징적인 무대연출은 사랑과 박해, 인간애의 성숙함에 관한 시공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주제를 보여준다. 명불허전의 명작이 된 까닭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명작 라이선스 작품으로 공연을 할 때엔 ‘흥행하면 원작 덕분이요’ ‘실패하면 한국배우와 제작진의 능력 부족’으로 보일 공산이 크므로 부담은 배가 된다.
이번 한국어 공연은 오리지널 뮤지컬의 감동에다가 한국적인 정서에 더해 한층 조화롭게 보여준다. 구어체로 듣기 편해진 가사와 뛰어난 곡 해석력도 한몫을 했다. 가창력을 갖춘 장발장 역의 정성화·양준모, 판틴 역의 조정은, 감초 역할로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린 테나르디에 부인 역의 박준면을 비롯한 배우는 물론 열정적인 앙상블은 기존 라이선스 공연에서 간혹 드러나는 외국인을 흉내 내는 듯한 느낌이 아닌 그 자체로 살아 빛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무대장치도 특별하다. 무대 좌우 측 벽면까지 무대장치가 이어지도록 만든 세트에서 혁명군의 바리케이드 장면, 자베르가 강물로 뛰어내리는 장면 등은 사실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연출을 오가며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다만 공연장의 음향이 약해 배우들이 가사전달을 위해 계속 성대를 짓이기는 듯한 소리를 내지른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사진=레미제라블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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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사진=레미제라블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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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사진=레미제라블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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