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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콘돔 구매 온라인도 차단..콘돔 업계 울상

채상우 기자I 2015.12.13 07:30:23

청소년 콘돔 구입 가능하지만 검색도 안돼
네이버 "청소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
콘돔업계 청소년 소비시장 잃어 울상
피임 못하게 만든 사회..낙태율 81.6% 만들어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콘돔을 구입할 수 없어요. 콘돔은 우리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막 아닌가요. 왜 어른들은 콘돔을 음란한 것으로만 치부하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올해 수능을 본 김명환(19) 군은 온라인에서 콘돔에 대한 정보가 차단돼 있는 상황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미성년자인 김 군도 법적으로는 콘돔을 구입할 수 있지만 실질적 구매 창구는 다 막혀 있다.

국내 온라인 검색시장의 90%를 차지하는 대형 온라인포털들이 청소년들의 콘돔 구입 및 정보를 원천적으로 막아 청소년들의 성을 음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콘돔업계 역시 유통채널의 차단으로 인해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타인 시선 벗어난 온라인마저 콘돔 판매 차단

일반 콘돔은 청소년들도 구입할 수 있는 물건으로 청소년보호법으로부터 어떠한 제제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콘돔 구입은 금기나 다름없다. 고객이 직접 계산을 하는 대형마트 소량 계산대에서 콘돔을 구입하려면 성인 인증을 해야 한다.

편의점 등에서도 미성년자에게는 콘돔을 판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김 군이 콘돔을 들고 편의점 계산대로 가자 직원은 “신분증을 보여달라. 미성년자에게 콘돔을 팔 수 없다”고 판매를 거부했다. 김 군은 “취재를 돕기 위해 콘돔을 사보려 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이런 시선 때문에 편의점이나 약국 등에서 미성년자가 콘돔을 구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결국 온라인밖에 구매할 창구가 없는 실정”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일반콘돔은 청소년도 구입이 가능한 물건이지만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창구는 사실상 막혀있는 상황이다. 사진=채상우 기자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미성년자가 자유롭게 콘돔을 구입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온라인마저 미성년자에게 콘돔 판매의 문을 열지 않고 있다. 네이버에서 콘돔을 검색하자 지식백과와 뉴스, 책, 콘돔·의약품 제조 업체 사이트 7곳 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확인할 수 없었다. 성인인증을 해야 콘돔을 파는 업체들과 콘돔에 대한 정보가 담긴 블로그 등이 검색됐다.

다음은 콘돔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6건 정도 담겨 있어 네이버보다 상황은 나았지만 블로그나 지식검색은 여전히 차단돼 있었다. 오픈마켓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유명 오픈마켓 3사에서 콘돔을 검색하자 모두 성인인증을 해야 상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청소년의 건강한 성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청소년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청소년들에게 성관계를 갖도록 문화를 조장할 수 없기에 콘돔 검색을 일체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많은 업체가 일반 콘돔 외에 돌기가 있는 특수 콘돔을 함께 팔고 있다”며 “여성가족부에서 특수콘돔을 청소년 판매 금지 물품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사이트나 블로그를 일일이 뒤져가며 카테고리를 구분하기 힘들어 일괄적으로 막아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신의 허물을 가리기 위한 변명이라고 입을 모은다. 청소년 성교육 전문기관 푸른아우성의 이충민 팀장은 “청소년의 욕구를 틀어막는 것이 청소년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중세시대에나 있을 법한 발상”이라며 “여가부의 문제도 크지만 블로그의 콘돔 교육법이나 지식검색도 다 막은 것은 콘돔을 그저 문란한 것으로 본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소비시장 찾지 못하는 콘돔업계도 울상

콘돔 업계는 청소년이 법적으로는 청소년은 법적으로는 콘돔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쳐 놓은 높은 장벽 때문에 소비시장을 잃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국내 콘돔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20억원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조사된 바 없지만 청소년의 18% 가량이 성겸험을 한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계산해 봤을 때 연간 청소년 고객을 통한 매출은 수십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법적으로 허용돼 있음에도 네이버 등 대형 온라인포털사이트가 콘돔에 대한 접근을 완전히 막아버린 것은 콘돔업계 입장에서는 대기업의 횡포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콘돔 제조업체 바른생각 관계자는 “물건을 파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제품 정보를 올리고 성교육 관련 내용을 전달하는 블로그를 개설했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측에서 블로그를 성인인증해야 볼 수 있도록 해놨다”며 “청소년들도 고객인데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다”고 말했다.

성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의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콘돔에 대해서는 미성년자라 할지라도 편의점은 물론 대형마트, 온라인 사이트 등에서 얼마든지 콘돔을 구입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13세 이상 청소년들에게 콘돔을 무료로 나눠주는 정책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역시 청소년들의 콘돔 구매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며 학교 보건실에 콘돔을 비치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피임 못하게 만드는 사회 청소년 임신율·낙태율 높여

청소년들이 피임을 못하도록 콘돔 구입이 완벽히 차단된 사회는 청소년이 원치 않는 아이를 낳게 하는 문제와 함께 인공임신중절률(낙태율)을 높이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콘돔 제조업체 바른생각이 지난 7일 발표한 ‘성 실태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남성 500명, 여성 500명)의 18.3%가 청소년 때 성경험을 했다. 하지만 이중 피임을 하지 않은 비중은 74.7%에 달했다.

2012년 전국청소년건강행태 조사. 자료=질병관리본부
성관계를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결국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문제로까지 이어졌다. 가장 최근 청소년 낙태 조사인 질병관리본부의 ‘2012년 전국청소년건강행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성관계를 경험한 청소년 중 임신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24.1%였다. 임신 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낙태율은 81.6%에 달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이 팀장은 “피임을 할 수 없는 사회 속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청소년과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태아들”이라며 “성을 무조건 감추려고만 할 게 아니라 안전한 성관계를 위해서는 피임이 반드시 필요하며 콘돔의 올바른 사용방법을 알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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