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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숲'으로 웃은 대림산업, 또 다른 '한숲'은 울상

이승현 기자I 2015.12.04 05:00:00

남사 '한숲시티' 잘나가는데 뚝섬 '한숲'은 8년째 제자리
한강변 높이 규제로 재조명 받지만 사업 재개는 불투명
대림, 아파트 평형 줄이고 호텔 결합한 복합 개발 검토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올해 하반기 아파트 분양시장의 최대어는 경기도 용인 남사지구에서 대림산업이 분양한 ‘한숲시티 e편한세상’이다. 이 단지는 단일 물량으로는 최대인 6800가구를 일시에 분양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대림산업은 이 단지를 분양하면서 회사 이름인 대림(大林)의 순우리말인 ‘한숲’의 의미를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됐다.

대림산업의 기업 이념인 ‘한숲 정신’은 풍요롭고, 쾌적한, 광대무한의 숲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한숲시티 e편한세상은 이런 대림의 정신을 아파트에 녹여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 단지로 조성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담은 것이란 게 대림산업 측 설명이다.

△대림산업이 서울 성동구 뚝섬 일대에서 한때 건립을 추진했던 주상복합단지 ‘한숲 e편한세상’ 조감도.
‘한숲’이란 말이 아파트 브랜드에 사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뚝섬 상업용지 3구역에 건립을 추진한 주상복합단지 이름도 ‘한숲 e편한세상’이었다.

이 단지는 지상 51층 초고층 아파트 2개동(196가구)과 지상 33층 오피스 1개동, 지상 5층 규모의 아트센터 1개동, 지하에 상업시설이 있는 복합문화타운 등으로 계획됐다.

아파트는 196가구 모두 331㎡의 대형 주택으로 구성된 프리미엄급 단지였다. 분양가 역시 3.3㎡당 평균 4259만원(3656만~4594만원)으로 최고 분양가가 45억원을 넘어서면서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입지 역시 한강과 서울숲 조망이 가능한 곳으로, 서울 강북권 최고 단지로 주목받았다. 실제 이 단지 옆에 있는 한화건설의 ‘서울숲 한화 갤러리아 포레’는 강북권 최고가 아파트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대림산업이 이 단지에 ‘한숲’이란 이름을 붙인 것도 ‘한숲시티’와 유사하다. 국내 최고 입지에 최고 수준의 아파트를 만들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한숲 e편한세상은 분양까지 시도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어 닥친 주택 경기 침체로 인해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 이후 지금까지도 사업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이 실패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대림산업이 서울시로부터 땅을 사들인 금액이 3.3㎡당 5600만~7700만원으로 너무 비쌌다. 사업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높은 분양가를 책정할 수밖에 없었던 게 걸림돌이 됐다. 또 대형 주택형으로 단지가 설계된 것도 사업 재개에 발목을 잡았다.

그랬던 이 단지가 최근 들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서울시가 한강변 관리 계획을 세우면서 한강변 아파트의 높이를 최고 35층 이하로 묶었고, 이 때문에 이미 초고층 건립을 승인받은 단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미 초고층 건립을 승인받은 단지는 한숲e편한세상과 갤러리아 포레, 서울숲 트리마제(두산중공업 시공) 3곳이다. 이 중 갤러리아 포레는 이미 완공이 됐고 트리마제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유일하게 한숲e편한세상만 땅을 놀리고 있다.

대림산업은 이 사업을 되살리기 위해 계획 변경을 검토 중이다. 설계를 바꿔 주력 주택형을 중소형으로 다시 짜고 호텔을 결합한 복합 개발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사업 재개를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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