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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제로]산재 '0' 비결은?…"계단 안전만 확보해도 산재 급감"

이지현 기자I 2015.11.04 07:00:00

산재안전 사업장 동우화인켐 평택공장 르포
전사원 대상 안전평가 실시해 성과급에 반영
''안전사관학교'' 입교 의무화.."연 50억 산재예방에 투자"

[평택=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계단 안전난간을 잡고 이동하세요.” 10월 30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포승공단 내에 있는 동우화인켐 평택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이같은 목소리가 벽에 내장된 스피커를 통해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 작업장뿐 아니라 사무공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우화인켐 비상발전시스템 내부 바닥에 붙어있는 ‘비상대피로’ 안내 표시(이지현 기자)
고미숙 동우화인켐 환경안전팀 대리는 “사람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녹음된 목소리가 흘러나오게 돼 있다”며 “3점 접촉 운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3점 접촉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 두 발 외에 한 손으로 계단 난간을 잡아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제조업체의 작업현장은 대부분 사람보다는 장비 중심으로 설계가 이뤄져 층고가 높다. 이 때문에 계단 기울기가 일반 계단보다 가파른 경우가 많다. 급한 마음에 뛰기라도 하면 산업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 3점 접촉 운동은 이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다.

공장 바닥에는 비상대피로 화살표가 붙어 있어 근로자들이 길을 잘못 들어왔거나 안전사고 발생 시 당황해 길을 잃지 않도록 돕고 있다. 또 조금이라도 돌출된 곳에는 어김없이 야광안전 표시테이프가 부착돼 있다. 현장에서 만난 박특상 과장은 “근로자들이 어두울 때 이동하더라도 부딪혀 넘어지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우화인켐이 안전에 기울이는 노력은 보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안전사관학교’다. 이 회사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2박3일 또는 3박4일 일정으로 사내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안전사관학교에서는 심폐소생술부터 소화기 작동, 안전매트 체험까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스스로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몸으로 익힌다.

이 회사의 직원 평균 연령은 29세다. ‘안전사관학교’가 도입되기 전인, 2008년까지만 해도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20대 중반을 넘지 않았다. 현장을 처음 경험하는 이들이 많다보니 크고 작은 산재가 끊이지 않았다. 산재를 줄이기 위한 경영진의 고심이 낳은 특단의 대책이 ‘안전사관학교’다. 연평균 20여건에 이르던 산재는 안전사관학교 운영 이후 0건이 됐다.

고미숙 대리는 “전 직원 근무시간을 조정해 안전사관학교에 입교하도록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당시만 해도 왜 그런 교육이 필요하느냐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 밖에도 안전포상제, 안전제안제, 환경안전간사제 등을 운영 안전사각지대를 없앴다. 안전간사제는 직급에 관계없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이가 간사를 맡아 산업안전이 구호에 머물지 않고 현장 구석구석에 전달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장을 잘 아는 고참이 맡아 관리하다보니 원청과 하도급 구분 없이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에 큰 몫을 한다.

또 동우화인켐은 전사원이 안전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도록 안전평가를 실시해 성과급에 반영한다. 이 때문에 일반 기업에서는 안전관리자는 업무를 방해하는 잔소리꾼 취급을 받지만, 이곳에서는 위상이 높다. 환경안전팀 관계자는 “연말이면 각 부문장들로부터 ‘잘 봐달라’는 전화를 받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소화기가 돌출 비치되자 바닥에 야광 주의 표시가 붙어있다.(이지현 기자)
안전한 사업장에서 신나게 일하는 직원들 덕에 이 회사의 성장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2003년 4000억원 정도였던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2조 2500만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이석원 동우화인켐 환경안전팀장은 “연평균 50억원 정도를 매년 산재예방활동에 활용하고 있다”며 “산재가 나면 오히려 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재가 발생하면 다친 근로자의 치료비 등과 같은 직접비용 외에도 회사 이미지 실추, 대체 인력비 등 간접비용까지 추가된다. 이곳은 산재 발생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업의 유·무형 손실을 예방활동을 통해 줄여가고 있는 셈이다. 이 팀장은 “사업장에 재해가 사라지면 근로자의 만족도는 더 높아진다”며 “앞으로 이같은 노력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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