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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편법·변칙 운용되는 ‘관피아 방지법’

논설 위원I 2015.10.20 03:00:00
이른바 ‘관피아 방지법’으로 알려져 있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세월호 사건 이후 관피아의 폐해가 여론의 비판의 대상이 되자 공무원이 퇴직 후 3년간 업무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으로 공직자 윤리법을 개정한 바 있다.

관피아 방지법은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비록 급하게 만들기는 했으나 국민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삼고 있다. 퇴직 공무원들이 낙하산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관행화되면서 민간부문을 위축시키거나 경쟁력을 떨어뜨림은 물론 업무의 관리·감독이 소홀해져서 국민의 안전마저 위험에 빠뜨린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관련 기관으로의 취업을 제한함으로써 유착관계를 최소한이나마 방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고, 법과 원칙을 지키는 행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기본 취지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9월 정치인·공직자들의 현대판 음서제 방지를 위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관피아 방지법을 둘러싼 편법이 횡행하는 데다 부작용도 드러나고 있다. 관피아 방지법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부처끼리 자리 맞바꾸기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가 하면 금융 분야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를 비전문가들과 정치권 인사들이 꿰차고 들어감으로써 해당기관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금융 현장에선 “어차피 낙하산일 바엔 관련부처에서 해당 업무를 맡았던 사람이 오는 게 낫다”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비전문가들이 금융개혁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담당자가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경우에 비해 유착관계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는 있지만 다른 부처 출신의 퇴직 공무원이나 정치권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라는 게 원래 취지는 아니다.

관피아 방지법은 ‘공무원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무원들의 권한이 과도한 우리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따라서 부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법인 만큼 그 취지를 살릴 필요가 있다. 변칙적으로 운용되는 탓에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면 허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권도 자기 사람 심기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감사원은 본연의 임무를 잊지 말고 법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낙하산 인사와 유착관계가 대형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교훈을 되새기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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