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베이비부머들이 살아온 여정은 정말 파란만장하다. 20세기 대한민국 성장 역사와 함께했다. 낙후된 경제를 재건하고, 가난과 싸우며 가정을 일으켰다. 때로는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투신하기도 하고 국가적인 위기였던 IMF환란을 극복해냈다. 또한 평생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자신보다는 오로지 나라와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해온 세대가 바로 베이비부머이다.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일을 해온 것 같지만 정작 많은 자산을 모은 것도 아니다. 열심히 살았지만 삶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들은 베이비부머의 퇴출강도를 높이고 있다. 은퇴 이후의 삶은 막막하기만 하다. 왜 그럴까? 현재 우리나라 베이비부머가 처한 소비환경에 세 가지에 대해 짚어 보도록 하겠다.
첫째, 끝이 없는 자녀부양비가 들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이 두 자녀 가정은 월 평균 64만 원 정도로 가계 생활비의 5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자녀교육에 지출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교육열기가 뜨거운 지역에서는 한 달에 64만원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또한 사교육비 부담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어들지는 않는다. 이렇게 무리하게 투자하는 사교육이 효과라도 있으면 다행일 텐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많은 교육비를 투자하고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가도 끝이 아니다. 요즘 4년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 대학입학부터 졸업하기까지 주거비를 제외한다면 582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는 기사를 보았다. 자녀가 두 명이라면 대학기간 동안 1억164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드는 것이다. 취업준비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합한다면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이렇게 베이비부머는 시대가 바뀌어 자녀들의 봉양을 받고 사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있으며 오히려 자녀들의 취업난으로 자녀부양에 대한 기간이 길어졌다.
둘째, 베이비부머는 여전히 주택대출 상환 중이다.
30대에는 내 집을 마련하느라 고생고생해가며 겨우 집 한 채를 장만했건만 대출을 다 갚으니까 집을 늘리느라 또다시 대출을 받았다. 그나마 집 한 채라 마련해본 사람은 다행이지만 이전 부동산 열풍을 따라 집을 마련한 베이비부머는 아직도 대출 상환 중이다. 퇴직 시점까지 은퇴 준비를 마쳐도 힘든 상황에 집 한 채 마련하기도 전에 퇴직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출이자가 부담스러워 하루 바삐 대출을 갚으려고 하다 보니 매달 상환 금액을 늘릴 수밖에 없고 대출 상환액이 가계 지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은퇴준비는 늘 뒷전이 된다. 최근 집값하락과 전세 값 상승으로 주택대출을 안고 있는 베이비부머의 부담이 점점 더 가중되고 있다.
셋째, 베이비부머의 이중부담, 노부모 봉양
자녀를 가르치고 양육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부모로부터 받았으므로 자녀에게 베푸는 것은 순리이다. 그런데 현재의 베이비부머는 노부모 봉양 비용까지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봉양 받는 노부모 입장에서도 미안하고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신들께서 열심히 일하던 20~30년 전에는 은퇴라는 단어는 있지도 않았고 정년을 채워서 퇴직하고, 퇴직한 이후에 몇 년만 잘 버티면 편안하게 세상을 떠날 줄 알았다. 하지만 최근 의료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갑자기 평균 수명이 10년 이상 길어졌다. 게다가 남편과 부인 중 한 쪽 부모만 부양할 수 없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 더불어 의료기술이 발달하는 건 좋지만 동시에 의료비용, 간병비용 등도 늘어나 사실상 노부모 봉양에 가계가 휘청하는 때도 적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벼랑 끝에 서있다. 벼랑 끝에서 떨어질 것인 지,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것인지는 오로지 베이비부머의 선택에 달려있다. ‘지금은 돈 나갈 데가 많지만 나중에 늙으면 돈 쓸 데가 없으니 소비가 줄겠지’하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소비구조는 절대로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지금 미래를 위해 저축하지 않는 다면 미래의 삶조차 사라지게 된다. 결국 소비구조와 소비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노후에 대한 미래자금을 위한 준비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