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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합니까④] 파격이 바꾼 시대별 '이상'한 문화

김용운 기자I 2015.06.26 06:20:07

정비석 '자유부인'
윤복희 '미니스커트'
하길종 '바보들의 행진'
마광수 '즐거운 사라'
서태지와 아이들 '난 알아요' 등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세상은 ‘이상’함의 연속이었다. 남과 다른 생각을 했거나 시대를 앞선 행동을 감행했던 이들이 세상을 바꿨다. 당시에는 충격·파격이었느나 결국 사회·문화적 흐름을 바꿔 놓은 ‘이상’한 일과 사람을 꼽아봤다.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1954년 1월부터 연재된 신문소설. 대학교수의 부인이 이웃집 대학생과 불륜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단행본으로 발간 후 국내소설로는 처음으로 10만부가 넘게 팔렸다. 법대 교수와 문학의 도덕성 문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정비석은 퇴폐적이고 음란한 소설을 썼다는 죄목으로 연행됐고 김일성의 지시로 대한민국을 음란하고 퇴폐하게 묘사해 적화를 기도했다는 이유로 고문도 받았다. 이후 1960년 4·19혁명으로 해금되면서 창작의 자유를 제기했던 작품으로 재평가받았다.

△윤복희의 ‘미니스커트’=1967년 디자이너 박윤정의 패션쇼에 스물두 살의 젊은 여가수가 과감히 짧은 치마를 선택했다. 윤복희였다. 그날 6벌의 미니스커트를 입었다. 미쳤다는 비난도 들었다. 풍기문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손가락질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젊은 여성들이 윤복희를 따라 미니스커트를 입기 시작했다. 군사정부시절 단속의 대상이기도 했던 미니스커트. 지금은 여성미의 상징이 됐다. 윤복희의 남다른 선택은 탁월했다.

△하길종의 영화 ‘바보들의 행진’=‘영화는 딴따라나 하는 것.’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한 영화감독 하길종은 이런 편견에 반기를 들었다. 미국 UCLA 영화과를 졸업한 후 귀국해 젊은 소설가로 각광을 받은 최인호와 의기투합, 1975년에 영화 ‘바보들의 행진’을 만들었다. 영화는 당시 유행하던 청춘영화들과 달리 젊은이의 고뇌와 방황을 사실적으로 담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또 한국영화에서 줌렌즈를 활용한 클로즈업 기법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영화로 꼽힌다. ‘바보들의 행진’에서 쓴 촬영기법은 이후 영화촬영의 기본이 됐다.

△마광수의 소설 ‘즐거운 사라’=1992년 10월 29일. 검찰이 대학교수를 ‘음란문서 제조 반포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사자는 당시 마광수 연세대 국문과 교수. 음란문서는 소설 ‘즐거운 사라’였다. 대법원까지 간 끝에 마 교수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국가가 창작물에 법적인 관여를 하는 게 맞는가를 놓고 공방이 거셌다. 마 전 교수의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발언은 당시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환기시켰던 선구자적 역할은 부인할 수 없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1992년 4월 11일. MBC 한 예능프로그램에 세 청년이 잔뜩 긴장해 서 있다. 이날 처음 등장한 신인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이다. 그들이 부른 ‘난 알아요’의 평점은 고작 7.8점. 그러나 이들은 훗날 ‘문화대통령’으로 한국대중음악사를 바꿔놓는다. 댄스음악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어 랩을 시도한 ‘난 알아요’의 히트로 흑인들의 랩이 가요에 접목되기 시작했고 가요계의 주도권이 10대에게 넘어갔다. 한류의 시발점, 아이돌그룹의 모태가 ‘서태지와 아이들’이었고 그 시작을 알린 노래가 ‘난 알아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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