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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 6일 강남4구의 재건축 이주 수요가 하반기 집중될 것으로 예상돼 ‘강남4구 재건축 이주 특별관리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특히 재건축 이주로 주택 수급이 불안하다고 판단되면 사업장별로 이주 시기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진희선 시 주택건축국장은 “올해 강남4구의 공급 물량(1만 2000여가구)이 재건축 이주 수요(1만 9000여가구)보다 적다”며 “재건축 이주 시기 조정을 위해 재건축 사업계획 승인을 1년 이내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는 사업시행 인가를 앞둔 2000가구 규모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주 시기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주 시기 조정 계획 발표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과 세입자들 사이에선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조합 측은 이주 시기 조정으로 늘어날 금액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강남구 내 한 재건축아파트 조합장은 “재건축 사업비가 1000억원이라고 가정한다면 물가 상승률과 은행 이자 등을 포함해 연 20억원 이상 추가비용이 드는데, 그 부담을 모두 조합원들이 떠안게 된다”며 서울시의 계획에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재건축 아파트 조합 관계자도 “이주 시기가 미뤄지면 추가 분담금이 늘어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 아니냐”며 “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데 재건축 사업이 더 연기되면 조합원 민원이 속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세입자들은 자녀의 학군 유지는 물론 전세보증금을 확보할 시간이 생겨 반기는 분위기다. 강동구 둔촌 주공 1단지에 거주하는 이모씨(여·41)는 “아이가 중학생인데 이주시기가 늦춰지면 고등학교 진학 때까지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강동구의 정주율(머물고 싶어하는 비율)이 89%인 상황에서 이주 시기 조정 발표에 세입자들의 기대감이 적지 않다”며 “특히 자녀가 있는 가정은 졸업 전까지만 남을 수 있기를 바라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시장 상황을 전망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주 시기를 늦추면 조합원들은 불안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가 재건축 아파트 가구 수 등에 국한돼 이주 시기를 일률적으로 조정하기보다 각 지역에 맞는 신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