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무역회사를 다니는 5년 차 직장인 김영기 대리. 김 대리는 아침 6시30분에 눈을 뜬다. 씻고 밥 먹는데 30분. 늦어도 7시 10분이면 집을 나선다. 김 대리가 거주하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서 회사까지 지하철을 타면 한 시간이면 가지만 일찌감치 집을 나선다.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기보다는 차라리 아침잠을 포기하는 게 나아서다. 회사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해 볼까도 고민했지만, 턱없이 비싼 집값에 포기했다.
◇ 출근하면 이메일 체크부터
김 대리가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메일 체크다. 거래처에서 주문이 들어왔는지 등을 살피고 보고서 작성을 마무리하면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김 대리가 자주 찾는 곳은 6000원짜리 국밥을 파는 국밥집이다. 회사 인근 다른 식당들은 점심식사 메뉴가 8000~9000원대여서 부담스럽다. 근처 가까운 다른 회사의 직원식당을 이용할 때도 있다. 눈치가 보이기는 하지만 한 끼 4500원에 커피까지 마실 수 있는 곳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점심식사 후 보완 지시가 떨어진 보고서를 수정하고, 결산자료를 만들다 보면 퇴근 시간이다. 회사 규정상 퇴근시간은 6시지만 이 시간에 퇴근해본 기억은 없다.
일주일에 한 두번은 오후 회의가 퇴근 시간 이후까지 이어진다. 거래처 방문을 위해 외근이라도 나간 날에는 회사 복귀 후 업무보고를 마치면 8시를 넘기기 일쑤다. 이런 날에는 귀가시간이 10시를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 평일 저녁에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건 꿈도 꾸기 힘들다. 김 대리의 유일한 낙은 TV 시청이다. 리모콘을 들고 심야프로를 보다 쇼파에서 잠드는 날이 적지 않다. 김 대리는 오늘도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며 하루를 보낸다.
◇하루 평균 11시간 회사에서 보내
사람인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회사에 도착하는 평균 출근 시간은 8시28분이다. 평균 퇴근시간은 오후 7시23분으로 직장인들은 하루 평균 10시간 55분을 회사에서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 출근시간은 △8시30분~9시(39.1%) △8시~8시30분(26.6%) △7시30분~8시(14.8%) 등으로 대부분 9시 이전이다. 퇴근시간은 천차만별이다. 6시 이전 퇴근자는 10.3%에 불과했다. △6~7시가 40.9%로 가장 많았고 △7~8시 20.5% △8~9시 14.1% △9~10시 7.2% △10~11시 4.0% △11시 이후 3.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두명 중 한명은 퇴근 시간이 7시 이후라는 얘기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주 52시간 넘게 근무할 경우 우울, 불안장애 위험이 2.7배 증가한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근로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이 문제는 개인만이 아닌 사회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일자리를 나누면 근로시간은 줄이고 청년취업은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균 기상 시간은 6시36분이었고 주로 통근수단은 지하철(39%, 복수응답)과 버스(38.2%)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출근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44분이었다.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메일 확인’이 29.1%로 가장 많았다.
점심식사는 ‘구내식당’(43.6%)이나 ‘회사 근처 식당’(37.7%)에서 해결한다. 비용은 ‘5000원~1만원 미만’(38.7%) 사이가 가장 많았고, 평균 5346원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