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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1997년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는 우주탐사선 ‘카시니’를 쏘아 올렸다. 7년 후인 2004년 카시니는 지구로부터 약 12억 7700만㎞ 떨어진 토성의 궤도에 닿았다. 카시니는 인류가 우주로 보낸 탐사선 중 토성의 궤도에 가장 근접했다. 카시니가 찍어 보낸 토성의 생생한 사진은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봤다. 지난해 연말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인터스텔라’의 웅장한 토성 장면이 바로 카시니가 보낸 사진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나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1958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각종 우주개발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비롯해 그간 우주탐사선들이 보낸 태양계의 모습 등 약 10만장의 이미지를 공개하고 있다. 카시니의 토성사진도 그중 일부다.
오는 5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우주생활: NASA 기록 이미지들’ 전은 광활한 우주와 이를 탐험하는 인간의 집념, 과학기술이 예술과 교차하는 지점을 환기시켜 주는 전시다. 나사에서 공개한 10만여점의 이미지 중 전시주제에 맞게 엄선한 77점을 비롯해 우주와 과학기술을 소재로 한 김나영과 그레고리마스, 김지원, 김홍석, 박아람, 김상길, 정재호, 조춘만 작가 등의 설치·사진·조각 등 30점이 나왔다.
77점의 이미지에는 토성사진 외에도 허블망원경으로 찍은 100개의 은하수가 담긴 초심우주 사진과 1972년 달에 착륙한 아폴로 17호가 찍은 달 표면 사진 등 천체에 관한 사진들이 우선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사 초창기 우주선을 개발하기 위한 각종 실험 장면, 우주인이 우주선 안에서 익혀야 한 매뉴얼 등 우주탐험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이미지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1986년 1월 발사 도중 폭발한 우주왕복선 첼린저호와 2003년 2월 지구로 귀환 도중 폭발한 컬럼비아호 승무원의 생전 기념사진은 우주탐험이 감내해야 할 비극까지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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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나무로 만든 ‘핸릭 입센 위성’(김나영·그레고리마스)을 비롯해 3D 프린터로 만든 ‘운석들’(박아람) 등 전시에 참여한 작품들은 언뜻 보면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우주와 과학, 기술과 예술에서 교집합을 찾으려는 작가들의 고뇌가 서로 얽혀 있다. 기계비평가인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는 “우주생활이란 우주에 대한 허황된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우주시대에 맞는 과학적인 감각을 갖는 것이다”라며 “우주에 대한 환상보다 감각을 키워주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시기간 중 격주 토요일 오후에는 천문학자와 물리학자, 로켓 엔지니어 등 전문가들이 ‘우주와 인간, 그 사이의 생활’이란 큰 주제로 다양한 강연을 펼친다. 02-2020-2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