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동부제철(016380)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위기에 놓였다. 열연강판 적자가 계속되면서 영업이익만으로 금융비용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자구계획 진행 지연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늦어지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기평은 지난달 30일 동부제철의 등급전망(아웃룩)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이 ‘BBB-’로 유지됐지만 재무구조 개선이 더뎌질 경우 ‘BB+’인 투기등급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동부제철 당기순손실은 1405억원에 달했다. 2010년 이후 4년째 적자다. 1조3000억여원을 쏟아부었던 전기로를 포함한 열연강판부문에서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한 탓이 크다.
철강업황 둔화에 판가는 하락하고 전기로 가동률은 낮아지면서 전기로 관련 고정비 부담이 커졌다. 동부제철 자체적으로도 고로산 열연강판이나 중국산 저가 열연강판 등을 수입해 냉연판재를 만들면서 전기로 가동률이 70% 수준에 그쳤다.
반면 전기로 투자 부담에 순차입금은 2009년 말 1조5866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3660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연간 금융비용만 2000억여원에 달해 지난해 영업이익 259억원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4510억원은 금융당국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로 대응할 수 있겠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장·단기 차입금이 87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내놓은 1조원 가량의 자구책 진행이 시급한 까닭이다.
이달 중으로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진행되고 동부특수강과 당진항만 지분 100%은 산업은행이 사모펀드(PEF)부를 통해 26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인천공장 매각도 조만간 가시화할 전망이다.
한기평은 “사모사채 등 차입금을 영업에서 벌어들인 돈만으로 갚기 어려운 데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380억원 정도로 충분치 않다”며 “2분기까지 자구책 이행 수준을 가시화해야 전체적으로 유동성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