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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V자형 회복` 전망 힘실린다..중기 저성장 `No`

김윤경 기자I 2009.08.16 12:24:19

민간 경제학자들, 강한 반등 전망
"주택가격 안정시 억압됐던 수요 분출"
여전한 더블딥 우려 속 낙관론도 세력키워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미국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저성장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신중론이 무게감 있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V자형` 빠른 회복이 가능할 것이란 낙관론도 대거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간 체이스의 제임스 글래스만, RBS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이사 출신의 로렌스 메이어 등이 낙관론의 대표 주자들.

이들은 대체로 실업률 상승 등으로 일시적으로 억제돼 있는 수요가 곧 주택 시장 안정 등에 힘입어 폭발하며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 `중기적 저성장`論에 반기 
▲ 모하메드 엘-에리안 핌코 최고경영자

 
이들의 주장은 채권 운용사 핌코(PIMCO)의 모하메드 엘-에리안이 이날 CNBC에 출연, 최근의 낙관론이 너무 과장됐다고 지적한 것과 상반된다.
 
그는 실업률이 더 오르고 부(富)의 붕괴로 인해 향후 수 년간 미국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성장률은 2%를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핌코는 이같은 중기적인 저성장 국면이 `새로운 전형(New normal)`이 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오고 있다.
 
핌코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빌 그로스는 적어도 한 세대 동안은 저축은 늘어나고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며 탐욕보다 공포가 만연할 것이기 때문에 (위험자산인 주식보다는) 안전자산인 채권을 사는 것이 낫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빌 그로스 "적어도 한 세대 `저축↑·소비↓`..채권사라"

이같이 엇갈리고 있는 전망을 보면 부양 기조를 더 이어갈 지, 아니면 이제 출구를 찾을 지 결정해야 하는 정부와 통화 당국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 `억압된 수요` 재분출 전망

낙관론자들은 그러나 `새로운 전형` 시나리오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JP모간의 글래스만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에도 미국 경제는 깊은 벼랑에 빠졌을 때마다 매우 빠르게 반등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향후 수 개월 3~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996~2000년 연준 이사를 지내고 현재 매크로 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부회장으로 있는 메이어는 핌코의 `새로운 전형`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메이어 부회장은 연준이 그동안 경기 방어에 잘 나서왔다고 평가했으며, 실업률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물가와 더불어 더 높아질 것이란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내년엔 미국 경제가 3.6%, 후년엔 3.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주택 가격이 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지역 일시적으로 억압돼 있는(pent-up)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가격 안정은 이를 다시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RBS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비슷한 주장.
 
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이나 자동차 판매는 매우 침체돼 있는 상태"라면서 "만약 이 부문이 과거 정점까지 도달하지 못한다고 해도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들이 특히 `자유재량적 구매(discretionary purchases; 고가 제품에 대한 구매)`를 미루고 있어 억압돼 있는 수요가 많다"고 밝혔다.
 
◇ "더블딥 우려는 여전하지만".. 세력 키우는 낙관론
 
최근 두 차례의 경기후퇴(recession) 이후 미국 경제는 다소 미약한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2001년 경기후퇴가 지나간 뒤 2002년 미국 경제는 1.6% 성장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2003년 2.5% 성장했다. 1990~1991년 경기후퇴가 끝난 뒤 1992년 경제 성장률은 3.3%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듬해 2.7% 성장했다.
 
반면 1981~1982년 경기후퇴 이후 1983년 미국 경제는 4.5% 성장했고, 그 다음 해엔 7.2%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이를 기반으로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개통령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연준 부회장 출신의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그러나 `새로운 전형` 시나리오엔 회의적이라고 말한다.
 
블라인더 교수는 "2%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보려면 생산성 증가세가 약 1.2%, 1.3% 정도일 것이라고 가정해야 한다"며 "향후 수 년간 성장률은 3%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가 반등 후 다시 하강 국면에 빠지는 더블딥(double-dip) 우려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물론 아니지만, 민간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 낙관론이 커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달들어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데 따르면 이들은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대비 1.2%포인트 높은 2.2%로 제시했다. 2003년 5월 조사 때 전월보다 0.2%p 높은 성장률을 제시했던 이후 가장 크게 전망치를 상향한 것이다.

크레디스 스위스(CS)의 닐 소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더블딥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실제로 나타난 경우는 많지 않았다"며 "경제가 일부 상승 모멘텀을 얻게 된다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도 최근 열렸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경제 활동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주 "미국 경제를 재앙에서 구제했다"고 평가하는 등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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