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어두웠던 신용위기의 긴 터널에서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일까. 유가 거품은 제거되기 시작한 것일까. 달러는 상승세로 돌아선 것일까.
하루 자고 일어나면 뉴욕 금융시장이 전일과는 180도 바뀌어 있는게 요즘이다. 그동안의 흐름이 바뀔 것 같은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 완전히 돌아선 것인지는 긴가민가하다. 금융시장이 변곡점에 와 있다.
먼저 신용위기.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나왔던 신용경색 악재들이 메릴린치의 자산담보부증권(CDO) 매각을 계기로 얼추 바닥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그동안 기준이 없었던 CDO의 시장가격이 제시됐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지만 월가에서 처치곤란 쓰레기였던 부실자산을 누군가가 샀다는 점이 더 고무적이다.
이번 메릴린치의 CDO를 산 론스타처럼 위기를 기회로 보는 쪽에서 설겆이에 나서준다면 신용경색은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 있다.
그러나 첫 삽이다. 신용위기가 실타래 풀듯 술술 풀릴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 간밤 나온 미국의 5월 20대 집값은 지수 발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 주택경기 침체의 끝이 안 보인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유가 흐름도 마찬가지다. 간밤 급락세를 보이면서 배럴당 121달러대로 떨어졌다. 고유가는 수요 감소를 부르기 때문에 하락은 필연적인 현상이고 투기성 자금 역시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유가 하락 전망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반면 더 오르기 위해 조정은 필수라는 의견도 있다.
달러도 간밤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외로 좋았던 덕에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 경제지표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이다.
서울 외환시장 분위기도 비슷하다. 상승과 하락압력이 맞서고 있는 상태에서 어느쪽을 봐야할 지 애매한 상황.
특히 그동안 유일한 달러 공급원이었던 당국이 어쩐 일인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으레 그래왔던 것처럼 서울 외환시장 개장과 함께 `알박기` 물량이 뉴욕장 종가 수준에 걸려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시장은 의아해 하면서도 잽싸게 롱에 무게를 실었다. 1010원을 넘어서 1011원까지 오른 이유다.
그러나 당국의 빈 자리를 오랫만에 나타난 네고 물량이 채워줬다. 환율은 1010원 벽을 넘지 못하고 1008원선에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밤사이 뉴욕 증시에서 벌어진 상황은 환율 하락에 무게를 실어주지만 또 내일이면 정반대로 돌아설 수도 있다. 변곡점에 선 금융시장이 완전히 방향을 잡기 전까지는 1010원을 중심으로 아래로도, 위로도 쉽지 않은 상태다.
(이 기사는 30일 오전 8시4분에 이데일리 유료 서비스인 `마켓 프리미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