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우리 회사 가치는 저평가 돼 있는 상태입니다.”
하나로텔레콤 박병무 사장은 요즘 입만 열면 회사 가치 저평가론(論)을 편다. 저평가론의 근거는 최근 매각설이 불거져 나온 흔히 종합유선방송업체 C&M의 예상 매각 가격이다.
최근 사모펀드인 MBK 파트너스가 케이블 방송사로도 불리는 C&M을 인수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MBK파트너스는 C&M 지분 51%를 가지고 있는 이민주 회장과 지분 30.48%를 가지고 있는 골드만삭스에 3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부채 6000억원을 떠 안는 조건이다. 3조원이란 액수가 나온 근거는 가입자 숫자다. 3조원이란 천문학적 액수가 나온 뒤로 요즘 통신 방송 서비스 가입자 1인의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케이블방송·초고속인터넷 가입자 한명의 가치는
통신·방송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가입자다. 가입자 숫자가 그대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된다. C&M으로 TV를 보는 가입자 숫자는 3월 기준 203만명. C&M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숫자는 43만명이다. 케이블 방송 업계에선 C&M 가입자 1인당 가격이 120만원~130만원 정도라는 이야기가 돈다. 인수 예상 가격인 3조원은 가입자 숫자에 120만~130만원을 곱한 가격이다.
반면 하나로텔레콤측은 가입자당 가치는 약 28만 5000원 정도다. 하나로텔레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숫자는 360만명이다. 또 하나로텔레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는 받지 않지만 하나로텔레콤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40만명에 달한다. 20일 현재 하나로텔레콤의 시가총액은 약 1조 8300억원. 여기서 회사 차입금 6900억원을 빼면 회사 가치는 1조1400억원이다. 1조 1400억원을 400만으로 나누면 28만 5000원이다.
케이블방송 가입자는 왜 비쌀까
과거 주요 유선방송사업자 인수합병 사례를 보면 평균 가입자 1인당 거래가는 63만원에 달한다. 심지어 1인당 160만원 이상을 받은 경우도 있다. 지난 2005년 12월 GS홈쇼핑은 강남케이블TV를 16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강남케이블TV 가입자는 17만명. 가입자당 1인당 가격이 167만원에 달했다. GS홈쇼핑이 강남케이블을 고가에 산 이유는 간단하다. 씀씀이가 큰 강남 지역 거주자들에게 홈쇼핑 채널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정부 방송정책 주무기구인 방송위원회는 전국을 77개 권역으로 나누고 특정지역에서는 특정 케이블 업체만 사업을 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결국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에서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가 모아 놓은 가입자는 더 가치가 높다.
C&M도 상대적으로 부유층이 많은 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 북부가 C&M의 서비스이다. 서초·강동·구로·용산·마포·종로·중구 등 서울에 전체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다. 일산, 원당 등 경기 북부도 가입자들도 상대적으로 부유층이 많다. 덕분에 C&M은 매출은 하나로텔레콤보다 적지만 하나로와 달리 짭짤하게 수익을 내고 있다. 회사 작년 매출은 3300억원, 영업이익은 833억원 정도다.
C&M 가입자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가 또 있다. 바로 군집효과다. 국내 최대 종합유선사업자는 3월 기준 266만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티브로드다. 그러나 티브로드 서비스 지역은 너무 광범위하다. 티브로드가 서비스하는 지역은 경기 남부와 부산 경남, 충청 등 사실상 전국에 걸쳐 퍼져 있다. 결국 유지보수와 관리가 쉽지 않다. 반면 C&M 서울과 경기북부는 붙어 있다. 지도상으로 서비스 지역을 보면 한 덩어리로 보인다. 그래서 관리와 유지보수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하나로텔레콤과 C&M의 차이가 큰 이유는
하나로텔레콤은 KT라는 거대 통신기업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또 LG파워콤도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반면 케이블 업체들은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전국 77개 서비스 권역 가운데 2개 이상 사업자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은 18개에 불과하다. 해당 권역에서 독점이나 최소한 과점 사업자다.
다음은 이른바 ‘방송 프리미엄’이 있다. 케이블방송업자에게 콘텐트를 공급하는 프로그램 공급업체들에게 케이블 방송 업체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제한된 채널을 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케이블방송사업자에게 있다. 채널을 차지해도 어떤 채널 번호를 받을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채널 번호에 따라 시청률이 출렁인다. 홈쇼핑 채널 같은 경우엔 매출액도 덩달아 움직인다. 쉽게 말해 사람들이 많이 보는 채널 사이에 끼여 들어가면 채널을 돌리다가 쇼핑 채널을 보는 사람이 늘어난다. 케이블 업체들은 프로그램 공급업체의 숨통을 쥐고 있는 셈이다.
박병무 사장의 불만의 핵심은 50만명에 달하는 하나TV 가입자가 있기 때문에 하나로텔레콤도 방송업체인데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 그러나 하나로텔레콤의 경우 ‘방송 프리미엄’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하나로텔레콤은 하나TV에 집어 넣을 콘텐트를 끌어 오기 위해 프로그램 공급업체에게 매달려야 하는 처지다. 물론 가입자 숫자가 더 많아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나로텔레콤이 방송 프리미엄을 누리는 날이 오면 케이블 업체가 누리는 방송 프리미엄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사람 약 80%가 케이블로 TV를 본다. 하나로 가입자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케이블 가입자가 줄어든다는 이야기와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