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라서 행복해요”

조선일보 기자I 2006.12.27 08:31:05

헤드헌팅사 스카우트 1순위·‘몸값’치솟아
채용공고 비율 전체 40% 과장급의 3배 넘어 회사 옮기면 연봉 20%↑

[조선일보 제공] 인터넷 포털회사에 다니는 직장 생활 4년 경력의 김모(31) 대리는 올해 헤드헌팅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8번이나 받았다. 올 초 대리로 승진한 김씨는 “지난해에는 헤드헌팅 회사에 회원 등록을 해 제의가 3건 정도 들어왔지만, 올해는 구직 활동을 한 것도 아닌데 제안이 더 많았다”며 “연봉을 15% 올려주고 대학원 진학까지 조건으로 내거는 회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헤드헌팅 시장에서 3~5년차 대리급 직원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대리급은 당장 현업에 투입돼 실적을 낼 수 있으면서도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해 기업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광고 회사에 다니는 이모(27) 대리는 지난 3월 지금의 회사로 옮겨온 이후 스카우트 제안이 벌써 5번 들어왔다. 이씨는 “회사를 옮긴 지 얼마 안 돼 직장을 바꿀 생각은 없지만 연락이 오는 게 기분 나쁘지는 않다”며 “주위에도 헤드헌팅 회사의 전화를 받는 것은 대부분 대리급”이라고 말했다.

◆ 대리급 채용 비중 작년보다 2배 증가 =취업포털 커리어 가 26일 선정한 ‘2006 헤드헌팅 시장 10대 뉴스’에서 최대 화제는 ‘대리급 직원 최고 인기’였다. 커리어가 올해 자사 헤드헌팅 사이트에 등록된 채용 공고를 분석한 결과 대리급의 비율이 39.6%로 가장 높았다. 대리급 다음으로 선호하는 직급인 과장급(12.0%)의 3배다. 올해 대리급 채용 규모는 지난해(17.2%)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2003년 만 해도 경력직 채용에서 대리급 비중은 8.8%에 불과했다.

반면 부장·차장·과장 등 관리자급을 찾는 수요는 줄고 있다. 2003년에는 전체 채용 공고 중 이들 직급의 비율이 71.7%였던 게 올해 들어서는 18.9%에 불과하다.

헤드헌팅 회사 코리아헤드 최근배 본부장은 “취업난 속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 대리급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신입사원처럼 교육비가 들지 않아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한 기업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HR(인사관리)팀 최범진 차장은 “기업이 학력보다는 능력 위주로 사람을 뽑으면서 실력이 검증된 대리급에 관심을 갖는다”며 “대리급은 대부분 30대 초반의 젊은층이어서 직장을 옮겨도 새로운 회사의 문화에 적응을 잘한다는 것도 고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 회사 옮기면 연봉 10~20% 인상 기대 =헤드헌팅 시장에서 대리급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공급(직장을 옮기고 싶어하는 대리급)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교육 회사에 다니는 이모(32) 대리는 내년 1월 회사를 옮길 예정이다. 구직 활동 한 달 만에 이직(離職)이 확정됐다. 이 대리는 “지금 회사에서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봉도 원하는 만큼 올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헤드헌팅 회사 엔터웨이 파트너스 신수림 차장은 “구조조정이 수시로 진행되면서 대리급은 이직에 대해 능동적이다”며 “기회가 있으면 더 좋은 회사로 옮기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가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개인의 능력(역량)을 인정받지 못해’ ‘담당하는 일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 등이 많았다. 취업사이트 사람인 이 회사를 옮긴 직장인을 상대로 이직의 이유를 조사한 결과 ‘연봉이 높아서’(38.8%)와 ‘복리후생 등 근무조건이 더 좋아서’(27.9%)라는 응답이 많았다.

한 헤드헌팅 회사 관계자는 “회사를 옮기는 대리급은 보통 10~20% 정도 연봉 인상을 기대한다”며 “단순한 연봉 상승보다는 경력 관리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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