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6자회담이 타결된 것과 관련, "공동성명 채택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거로(巨路), 큰 발걸음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19일 오후 정 장관은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2~13년 동안 한반도 최대 안보위협이자 걱겅거리였던 북핵문제가 해결의 길로 극적으로 유턴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정 장관은 미국측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회담에서 먼저 태도변화를 보였음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이 유연성을 발휘해서 북한과 관계정상화를 결단했다"면서 "미국이 고도의 유연성을 발휘해 북미관계 정상화를 결정한 것은 부시 행정부의 외교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의장국으로서 중국이 끈질긴 노력과 고도의 균형감각을 발휘해 중재안을 마련해 준데 대해 감사한다"며 "막바지 진통이 있었으나 옥동자를 낳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6.17면담 때 북한체제를 인정한다면 핵개발를 포기하겠다고 했고, 이어 회담에 임하고 공동선언까지 합의해 언약을 지킨데 대해 국민과 함께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번 회담이 타결된 것은 ▲북핵 불용 ▲평화·외교적 해결 ▲정부의 주도적이고 창의적 노력이란 3원칙을 지켜 온 참여정부의 성과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돌이켜 보면 2002년 이후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론이 오가던 험악한 정세 속에서 참여정부가 출범했다"면서 "일관되게 북핵불용, 평화적 해결, 정부의 주도적 역할 등 3원칙을 지켜왔고, 오늘 회담은 이 원칙이 완성된 것"이라고 정의하고 "(이태식 외교차관 말처럼)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북핵문제를 말끔히 해결하고 항구·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며 6자회담 공동성명 합의가 북핵문제의 끝이 아니라는 점도 시사했다.
그는 "역사적 맥락에서 우리 민족은 정치적 운명을 운명의 갈림길에서 스스로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베이징 6자회담은 민족 스스로의 역량으로 운명을 결정한 것이며, 외교적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정부가 북측에 핵포기를 전제로 제시한 `중대제안`이 6자회담 타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중대제안을 통해서 다 죽어가던 6자회담을 다시 살려내고 공동성명 채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데 의의를 두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6자회담의 공동성명 채택은 첫째 냉전체체 해체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냉전구조 핵심이며, 동북아 불안의 핵심 장애물인 북핵문제를 제거함으로써 탈냉전으로의 대로가 열리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장관은 "한반도 평화회담도 적절한 시기에 시도될 것이며, 평화의 길도 터 놓았다"면서 "남북간 남아있는 긴장의 잔재와 북미 적대관계를 동시에 해소하면서 한반도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시발점으로 이번 회담이 규정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공동성명 4항에 언급한 대로 참여국들은 동북아 평화를 위한 공동노력에 합의했다"며 "동북아시아의 안보방안을 모색하는데 한반도 당사국간의 합의로 동북아 다자 안보틀이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회담이 극적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의 뉴욕 면담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협상 과정에서 `끝장토론`을 제안하거나 고비 때마다 창의적 아이디어 등을 내면서 위기에서 6자회담을 구출한 외교단의 노력은 대단한 것"이라고 치하하면서 반기문-라이스 장관의 만남을 소개했다.
그는 "휴회 위기까지 갈뻔한 것을 반기문-라이스 장관의 뉴욕회담으로 미국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극적으로 타결됐다"며 "6차례에 걸친 반-라이스 장관회담이 6자회담을 성공적으로 갈 수 있도록 기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