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5월 채권시장은 성장률, 물가, 산업생산 등 펀더멘털 지표에 대해 더욱 민감한 반응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시기적으로 2분기 중반에 접어들었고 미국 등 세계 경제환경도 보다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와 관련, 산업활동 동향이나 수출 등 우리 경제 자체의 지표변화와 함께 외부의 경제여건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도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발표된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 2%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GDP를 선행하는 국채 스프레드
채권수익률은 주가 못지않게 경기동향을 설명하는 좋은 자료다.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미국의 분기별 GDP 성장률과 미국 국채 장단기물 스프레드(국채10년 수익률-국채3개월물 수익률)를 보면 국채 스프레드가 벌어졌을 때 성장률이 올라가고 있다.
국채 스프레드와 GDP의 관계는 80년이후에 보다 뚜렷해진다. 80년이후 국채 스프레드는 GDP 변화를 예고하는 선행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
SK증권의 오상훈 팀장은 "미 국채10년물과 3개월물의 스프레드는 GDP에 대한 선행성이 뛰어나다"며 "올들어 미국 국채시장에서 수익률 곡선이 가파르게 변하는 것을 볼 때 미국 경기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 곡선이 가파르게 변한다는 것은 장단기 수익률 스프레드가 벌어진다는 의미다. 미국의 잇따른 연방기금금리 인하로 단기채 수익률은 떨어지는 반면 경기회복과 이에따른 중장기적인 인플레 우려로 장기채 수익률은 상승하는 것이다.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이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월가의 주식시장은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국채시장의 수익률 곡선은 더욱 가파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 경기는 바닥에 도달했나
국채 스프레드와 경기와의 연관성을 보다 명확하게 보기위해 90년이후 미국의 월별 산업생산 증가율과 국채 스프레드 추이를 살펴봤다. GDP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채 스프레드는 산업생산에 선행하는 모습이다.
90년대 초반에는 산업생산 변동에 관계없이 국채 스프레드가 벌어졌다. 이는 미국이 80년대 장기불황에서 막 벗어나 하이테크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는 과도기적인 상황을 나타내준다. 90년대 중반이후 국채 스프레드는 점차 줄어들었고 산업생산이 지나갈 길을 거의 그대로 앞서나갔다.
99년 중반을 넘기면서 국채 스프레드는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가 2000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고 장단기 수익률이 역전되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지난해 12월을 바닥으로 국채 스프레드는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월별 산업생산도 1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상승세를 나타낸다. 50년대이후 국채 스프레드의 경기선행성을 따른다면 미국 경기는 지난해 말을 고비로 바닥을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씨티은행의 오석태 부장은 "미국의 1분기 GDP 성장을 보면 경기가 V자형으로 회복된다는 시나리오에 충실하다"며 "그린스펀 의장이 올초부터 공격적으로 금리를 낮춘 것과 미국 금융시장의 반응을 볼 때 미국 경기가 비관적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오 부장은 "4월 미국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는 (주식시장을 위한) 일종의 시장개입으로 볼 수 있다"며 "경기 움직임에 대해 미국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이 어느정도 감지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경기회복 조짐은 생산 측면뿐 아니라 소비 측면에서도 감지된다. 30일 발표된 미국의 3월중 개인지출은 전월대비 0.3% 증가했는데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0.2%를 웃도는 것이다.
개인지출은 미국 GDP의 2/3을 차지하고 있고 연준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반영하지도 않은 것이어서 경기회복의 강력한 징후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의 3월 개인소득도 전월의 0.4% 증가에서 0.5%로 늘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일치하는 수준이다.
◇경기바닥에 대한 반론들
과거의 데이터들은 경기순환 과정을 보여주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라고 예측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앞서 제시한 국채 스프레드와 GDP 및 산업생산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50년대 미국 경제와 80년 미국 경제, 90년대 미국 경제는 동등비교할 수 없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분석가들은 이같은 경제구조의 변화를 주목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0일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이 전통적 의미에서의 침체를 막아줄 것으로 보이지만 신경제의 "성장률 정체(Growth Recession)"까지 막아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하이테크와 기술혁신으로 잠재성장률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생산성과 노동생산성이 개선된 만큼 미국 경제가 달성해야하는 절대 성장률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
2% 성장이 예상치를 웃도는 것은 분명하지만 99년 4분기의 8.3% 성장, 2000년 2분기의 5.6% 성장과 비교해보면 올 1분기 2% 성장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뉴욕타임즈도 29일자 신문에서 미국의 경기회복이 금리인하만으로 달성되는 것은 아니며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고 개인소비가 증가해야 비로서 경제가 안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금리인하가 소비측면에서 심리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투자부문은 상대적으로 금리인하에 덜 민감하다는 것.
하이테크 산업은 90년대 경제부흥의 원동력이었지만 경기둔화가 시작되자마자 이 분야의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며 경기침체를 가속화시켰다. 산업구조의 변화가 경기 진폭을 크게 만든 측면이 있다. 뉴욕타임즈는 전문가들도 경기회복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석상의 문제점
미국 국채 스프레드와 경기 사이의 상관관계에도 몇가지 해석상의 문제점이 있다.
"과거의 데이터"로 볼 때 국채 스프레드가 경기 사이클에 선행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의 경기 상태를 보고 국채 투자전략을 정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라는 점이다.
사후적으로 국채 스프레드가 벌어지고 일정 시간후에 경기가 살아났다는 "역사적 사실"의 나열은 가능하지만 경기상황을 보고 앞으로 국채 스프레드가 벌어질 것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다. 선행성의 선후 관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A 다음에 B가 온다는 것이 몇차례 경험적으로 나타났다고 해도 정말 B가 온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면 A라는 상황 자체를 예상할 수는 없다.
물론 B라는 상황이 명확하게 검증됐을 때는 A에 맞는 투자전략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B다음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경기가 바닥을 쳤다"라는 명제는 아직도 검증단계에 있다는 점이다.
또, 미국의 1분기 성장률 2%에 대해 내용분석을 해보면 해석의 각도가 달라진다. 씨티은행의 오석태 부장은 "미국의 1분기 GDP에서는 순수출이 기여한 바가 크다"며 "미국 경제에서 이같은 일은 매우 드문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시말해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순수출이 늘어났고 이것이 성장률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한국 경제입장에서는 미국의 수입감소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오 부장은 그러나 "미국의 성장 패턴이 비교적 튼튼한 내수와 순수출에 의존한다면 한국 역시 비슷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수입감소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 소비심리 회복 등이 성장을 지탱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5월 채권시장을 맞이하며
5월을 맞는 대부분의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국고3년 수익률이 5%선으로 회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데 동의한다. 일부에서는 "채권수익률이 바닥을 쳤다"고 까지 말한다.
지금 펀드의 수익률과 기준가격은 4월까지의 운용결과를 반영하는 것이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막대한 평가손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를 물러나거나 운용권을 상실했다.
채권수익률이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인가", 반대로 "오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만큼 과거 운용에서 문제점이 무엇이었나를 반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앞서 제시한 국채 스프레드와 경기동향 추이도 화석과 같은 과거의 숫자들이다.
50년대이후 지금까지 성격이 다른 두 숫자의 집합이 어떤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물론 과거의 숫자에는 한계가 있다. 선행성을 벗어나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고 경제구조에 따라 적용 범위와 해석도 달라져야한다.
채권운용도 마찬가지다. 4월의 실수를 5월에 되풀이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누구도 과거로부터 자유롭지않다. 과거가 화석처럼 단단히 굳어지기 전에 철저하게 반성하고 분석하고 5월 시장을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