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野 개원 '반쪽 국회'…거야 폭주일까 소여 몽니일까[국회기자 24시]

김범준 기자I 2024.06.08 09:00:00

민주당, 5일 첫 본회의 강행 국회의장 선출…與 불참
野, '원 구성 시한' 못 박은 7일 상임위 명단 일방 제출
與 명단 없으면 10일 본회의서 선임안 단독 의결키로
"법대로" vs "맘대로"…평행선에 주말 협상도 불투명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제22대 국회가 전반기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 법정 시한을 넘겼습니다.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등을 두고 여야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면서 예견된 수순이기도 한데요. 국민의힘에서는 ‘거대 야당의 폭주’라고 비판하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소수 여당의 몽니’라며 서로의 탓만 하고 있습니다.

박성준(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노종면 원내대변인이 7일 오후 국회 의사과에 제22대 국회 상임위원회 및 특별위원회 위원 명단을 제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상임위원장 명단 단독 제출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달 10일 22대 국회 두 번째 본회의를 열고 18개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 선임안을 단독으로 상정해 처리할 예정입니다. 앞서 법정 시한으로 제시한 지난 7일까지 국민의힘에서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예고한대로 이날 국회 의사과에 22대 전반기 국회 상임위 및 특별위원회 위원 전체 명단을 단독으로 제출했습니다. 당초 같은 날 예정됐던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양당 원내대표 회동도 여야의 한 치의 양보가 없는 탓에 결국 무산됐죠.

민주당은 지난 5일 단독으로 22대 국회 첫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장과 제1당 몫 부의장으로 선출하며 사실상 ‘강제 개원’했습니다. 제헌 국회 이후 집권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국회가 개원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어 민주당은 오는 10일 본회의에서도 원 구성 의결안을 강행할 전망입니다. 차후에라도 국민의힘에서 협상에 들어오면 의석수 비율에 따라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주겠다는 계획인데요, 이번 주말 사이 급물살을 탈지 여전히 교착 상태일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민주당이 전날 제출한 11개 상임위 위원장 후보 명단은 △법제사법위원장 정청래(59·서울 마포을·4선·수석최고위원) △교육위원장 김영호(56·서울 서대문을·3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최민희(63·경기 남양주갑·재선) △행정안전위원장 신정훈(59·전남 나주화순·3선)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전재수(43·부산 북갑·3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어기구(61·충남 당진·3선) △보건복지위원장 박주민(50·서울 은평갑·3선) △환경노동위원장 안호영(58·전북 완주진안무주·3선) △국토교통위원장 맹성규(62·인천 남동갑·3선) △운영위원장 박찬대(57·인천 연수갑·3선·원내대표)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박정(61·경기 파주을·3선)입니다.

여소야대 정국이지만 민주당은 특별검사법 등 각종 법안 처리와 검찰 개혁을 위한 법사위, 대통령실 견제를 위한 운영위, 언론 개혁을 위한 과방위 3곳만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상임위원 명단 제출 후 기자들과 만나 “우원식 의장이 각 당 원내대표 회동을 계속 제안하는데 국민의힘이 거부하며 ‘보이콧’하는 상황”이라며 “(국민의힘에) 주말 사이 ‘2+2(양당 원내대표 및 수석부대표 간) 회동’을 제안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회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장에게 절차에 따라 6월 10일까지 상임위 18개 (위원장 임명안을) 처리하는 게 마땅하다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제22대 국회 상임위원 선임안 제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원 구성 협상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헌정사상 초유의 폭거”

반면 국민의힘은 여야 협치의 정신으로 만들어 온 관례대로 법사위를 제2당, 운영위를 여당 몫으로 하면 당장이라도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일방적인 원 구성안은 거야의 횡포라며 참여 불가론을 거듭 선언했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의 횡포에 강력히 항의하며 일방적인 상임위 구성안을 전면 거부한다”면서 “지난 (21대) 국회 때는 그래도 40일 넘게 협상이라도 하는 척하더니, 이번에는 그런 제스처조차 없이 점령군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규탄했습니다.

이어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등원하고 원 구성을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폭거”라며 “민주당이 국회 개원과 원 구성에서부터 여당을 무시하고 숫자의 힘으로 일방적으로 운영한다면 국회는 또다시 극한 정쟁의 무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습니다.

극한적 양당 진영정치로 ‘역대 최악’ 평가 받은 21대 국회와 달리, 이번 22대 국회는 대화와 협치가 이뤄지길 바라는 게 국민적 염원입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출발부터 ‘반쪽 국회’ 등 파행을 거듭하면서 역대 최악이라는 타이틀만 경신하지 않을까 눈살만 찌푸려집니다.

거야(巨野)의 폭주일까요, 소여(少與)의 몽니일까요. 여야의 격한 진통 상황에서 우원식 신임 국회의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첫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까요. 우 의장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법정 시한을 앞두고 22대 국회 원 구성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이뤄지지 않는데 유감을 표한다. 마지막까지 원만한 원 구성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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