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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직후 보험금 청구에 사망보험 수혜 단골 A씨
국내 한 보험사 직원은 남편 사망 직후 보험금을 청구한 아내 A씨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보통 유족들은 가족 사망시 장례 절차 등을 우선 처리하고 보험금을 청구해, 사망 이후 보험금 청구까지 1~2개월은 족히 걸리기 때문이다. 면역에 취약한 어린이, 노인층에서 많이 나오는 급성 폐렴 사망자가 건장한 나이대에서 나온 점도 이상했다. 어렴풋이 ‘타살 가능성’을 짐작한 보험사는 금융감독원과 공조해 A씨의 보험가입 내역과 보장급부를 확인했다. ‘보험금 살인’을 수차례 저지른 A씨의 행적이 처음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었다.
먼저 보험가입 내역을 보니, A씨는 ‘사망보험’ 단골이었다. 남편뿐 아니라 자녀 등 가족을 피보험자로 설정한 사망보험에 다수 가입해 온 것이다. 또 보장급부만 살펴보면 전남편은 ‘음독 자살’, 현남편 및 시어머니는 ‘급성폐렴 사망’을 겪는 기구한 삶을 살아왔다. 자녀들 역시 급성폐렴으로 생사를 왔다 갔다 했다. 이렇게 보험가입 내역과 보장 내역을 짜 맞춰보니 보험사 직원 머리에선 ‘보험 사기’라는 단어가 지워지지 않았다. 보험사와 금감원은 곧바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 독·농약·살인 섞인 ‘보험사기’ 막장 드라마
조사를 통해 밝혀진 진실은 ‘막장 드라마’를 능가했다. A씨는 2011년 전남편 B씨를 독극물인 그라목손, 파라과트로 살해한 뒤 음독자살로 위장해 보험금 4억4000만원을 타냈다. 또 전 남편의 어머니를 화재로 위장해 살해하려 했지만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실패를 맛 본 A씨는 2012년 곧바로 C씨와 재혼을 선택했다. 시부모님의 부동산을 남편 C씨에게 증여하도록 유도한 뒤, 그 다음해 시부모님과 남편을 살해했다. A씨가 농약을 음식물에 섞었고 이를 먹은 남편과 시어머니가 급성폐렴으로 연이어 사망하게 된 것이다. 남편의 보험금은 5억5000만원에 달했다. 시어머니의 경우 보험가입 내역은 없으나 보유 부동산 자산만 12억원이라 A씨가 이를 전부 상속받았다.
더 충격적인 점은 A씨의 자녀 두 명도 급성폐렴으로 병원 입원 중이었다는 것이다. A씨는 미량의 독극물을 음식에 넣어 자녀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했고, 이에 대한 입원치료 보험금을 타냈다. 당시 자녀들의 사망보험금은 10억원이 훌쩍 넘었다. 이렇게 A씨는 고액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3명의 살인(전남편·현남편·시어머니), 3명의 살인미수(두명의 자녀·전 시어머니)를 저질렀다.
A씨 검거의 결정적 키는 급성폐렴으로 사망한 시어머니였다. 수사관들이 유가족을 설득해 부검을 실시해 정확한 사인규명이 가능했다. 전 남편과 현 남편은 사망 직후 화장을 하면서 사망 원인을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 같이 보험금을 노리고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계곡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은 이은해는 남편의 생명보험금 8억원을 지급하라며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최종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계약자인 원고가 고의로 피보험자인 망인을 해친 경우”라며 “보험 약관상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에 해당해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보험사의 항변은 이유가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은해는 2019년 6월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내연남 조현수와 함께 남편 윤 모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같은 해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보온병은 보험사기의 행태를 통해 사회의 ‘온’갖 아픈(‘병’든) 곳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보온병처럼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따뜻한 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