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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사까지 정규직…서울지하철 '인력 효율화' 생존 위한 선택[만났습니다]①

양희동 기자I 2023.10.25 06:00:00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취임 5개월간 경영혁신 강조
노조 내달9일 파업 예고에도 "非안전 인력 조정 필요"
만65세 이상 무임승차는 정부가 50% 지원해야
안전 위해 전객차 CCTV…전장연 불법엔 강력 대응

[이데일리 양희동 이영민 기자] “우리 공사엔 이발하는 직원이 있다. 이발은 자영업인데 전임 정부 때 이 분들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런 안전과 관련없는 인력은 자회사로 넘겨서 관리해야한다. 노조에선 당연히 반대하겠지만 조직이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결정이다.”

백호 사장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백호(59)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 공사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경영 혁신 의지를 이같이 밝혔다. 지난 5월 23일 취임한 백호 사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30여년간 공직에 몸담으며 서울시 교통기획관과 도시교통실장 등을 역임한 도시교통 분야 전문가다.

백 사장은 취임 이후 5개월간 경영 혁신과 업무 효율화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공사는 서울지하철 1~8호선, 9호선 2·3단계 구간(275개역)을 운영하며 1만 6367명(정원 기준)이 일하고 있다. 인력 규모에서 코레일, 한국전력 등에 이은 국내 3대 공기업이다. 하지만 운임원가(1904원)에 못 미치는 지하철 기본요금(1400원)과 만 65세 이상 무임승차 등으로 인해 작년 말 기준 누적 적자가 17조 6808억원(자본잠식률 61.9%)에 달하고 있다. 이에 공사 정원의 13.5%에 해당하는 2212명의 인력 감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사 노조는 인터뷰 당일 사측의 인력 감축 계획에 반대하며 73.4% 찬성률로 오는 11월 9일 총파업을 결의했다. 그러나 백 사장은 취임사에서부터 강조한 경영 혁신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인력 재배치·자산 매각…무임승차 ‘정부 지원’ 절실

공사의 경영 위기 극복 방안의 핵심은 인력 효율화와 재무건전성 향상을 위한 토지 등 비핵심자산 매각이다. 서울시는 지난 7일부터 지하철 기본요금을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인상했고, 내년 하반기 150원 추가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노후 전동차 전면교체와 15분 재승차 도입 등으로 요금 인상에 따른 적자 해소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백 사장은 “공공서비스는 비용을 정할 때 원가보전율을 따지는데 지하철은 한 사람을 태울 때 1904원이 드는데 받는 돈은 1046원(무임승차 포함 평균 운임)으로 턱없이 모자라 원가보전율이 50%대에 불과하다”며 “요금보다 원가가 더 높아 적자를 해결하려면 700원은 올려야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구조에서 올 한해 전기요금 총액을 1800억원으로 잡았는데, 10월에 더 오른다고 해 450억원이 더 나올 것 같다”며 “이번에 150원을 올려 늘어난 연간 1200억원 정도 추가 수입으로 최대한 경영 효율화를 꾀해보고, 서울시가 내년 추가 인상을 빠르게 논의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의 인력 효율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란 설명이다.

백 사장은 “인원 감축보다는 정원 조정인데 행안부에서 2021년 공사 공사채 발행 한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경영 쇄신을 해야 한도를 조정해준다고 한 것”이라며 “부채 비율이 자본 대비 130%를 넘길 수 없는데 공사의 누적 적자가 17조원이고 올해 당기순손실이 7000억원대로 예상돼, 비용을 빌려 써야하니 정원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행안부에 경영 쇄신안을 냈고 그에 따라 정원을 조정하는 것인데 이걸 지금 멈추면 노조나 직원들에게 결과적으로 불이익이 크다”며 “제출한 계획안을 지키지 않으면 행안부 경영평가에서 감점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직원들이 인센티브나 임금 인상 등에서 손해를 본다”고 전했다.

인력 효율화는 강제 업무 조정이나 해고가 아니란 점을 재차 강조했다.

백 사장은 “역사 내 전구 등 설비 교체나 직영 식당 등 후생지원, 전동차 냉방기 정비 등 안전과 관련없는 인력을 자회사로 넘겨 관리하는 경영 합리화 차원”이라며 “공사 내엔 직영식당이 많은데 이분들을 정규직으로 바꾸니 연가나 월차를 쓰면 평일에도 식당 문을 닫아 새벽에 일하는 직원들은 밥을 못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회사로 가도 정년보다 2년 더 일할 수 있게 조치를 취했다”며 “현재 급여체계보다 낮춰서 보내지 않고 여러 테이블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사에 연간 3900억원 상당의 적자를 유발하는 만 65세 무임승차와 관련해선,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백 사장은 “무임승차는 노인들의 이동 증가에 따른 질환 발생 감소 등 편익이 커서 사라지는 건 반대한다”며 “다만 서울시민 뿐 아니라 전 국민이 이용하는만큼 국가가 무임승차비용의 절반 정도 부담해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객차 CCTV 설치…전장연엔 단호한 대처

지하철 안전은 백 사장이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최근 지하철 내 흉기 난동 사건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불법 시위 등으로 안전에 대한 시민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공사는 내년 6월까지 전 객차에 CCTV를 설치하는 등 승객 안전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 사장은 “얼마 전 경찰이 지하철에서 체포한 범인이 CCTV가 많아 범죄를 못하겠다고 할 정도로 CCTV는 객차 내에 있는 것만으로도 범죄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며 “지하철 내 범죄는 다 증거가 남는다는 점을 적극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장연의 지하철 운영 방해에 대해선 단호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와 함께 내년까지 모든 역에 교통약자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철로 이동할 수 있는 승강편의시설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백 사장은 “전장연은 장애인을 대변하는 집단으로 보기 어렵고, 지하철을 볼모로 시민 불편을 야기하며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법에 위반된다”며 “불법적인 시위를 하면 강력하게 법적으로 대응하고, 비용 청구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공사 직원의 복지 개선 등 사기 진작도 백 사장이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다. 백 사장은 “시민들은 1400원의 요금을 내지만 1만 7000명 가까운 공사 직원들은 정확한 열차 시간과 안전을 위해 새벽 1~5시까지 밤 새워 일한다”며 “직원들의 자긍심과 사기를 높이기 위해 복지 향상과 강남권 본사 이전 등 근무 환경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단국대 행정학과 졸업·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석사 △1989년 제33회 행정고시 △서울시 교통기획관 △광진구청 부구청장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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