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월에는 김택현 상무를 미국 오스틴연구센터(SARC)-어드밴스드컴퓨팅랩(ACL)에 파견해 GPU 개발팀 리더로 앉혔다. 김 상무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삼성과 AMD가 공동으로 개발한 모바일 AP용 GPU 등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미국 SARC-ACL은 GPU와 시스템IP 등 첨단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설립한 삼성의 미국 연구 거점 중 하나다.
업계는 김 상무를 미국에 전진 배치한 가장 이유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꼽는다. 미국 엔비디아에서 GPU를 다룬데다 삼성에서도 글로벌 협업을 이끌어 낸 인물인 만큼 현지에서 선도적인 인재를 끌어모을 역량이 있다는 것이다.
GPU는 복잡한 연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병렬식 계산을 하는 부품이다. 스마트폰에서 게임 등의 그래픽을 빠르고 정확하게 구현하고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이미지센서 데이터를 변환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꼽힌다.
현재 삼성은 미국 AMD와 협력해 자사 플래그십 AP ‘엑시노스’에 탑재할 GPU를 만들고 있다. 지난 2021년 전격 협력을 발표한 뒤 PC에 특화한 AMD GPU 설계 지식재산권(IP)을 모바일용으로 최적화해 지난해 ‘엑시노스 2200’에 탑재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능 개선 효과는 누리지 못했다.
업계는 삼성의 GPU 전략이 수정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수 년간 이어지던 삼성의 ‘자체 GPU 개발설’이 다시 떠올랐다. 외신과 업계에서는 삼성이 AMD의 RDNA 구조를 기반으로 하되 커스텀한 자체 GPU를 개발하고 있다고 본다. GPU 개발 인재 채용에 적극 나선 이유 역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핵심 반도체 설계 IP를 대거 보유한 ARM이 소송전을 벌이며 자사와 타사 IP를 함께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데다, 설계 IP 로열티(특허료) 인상까지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반도체 설계·제조 업계에 변수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 역시 영향권에 들 수 있는 만큼 위험도를 줄이기 위한 자체 부품 확보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나 삼성이 AP솔루션 개발팀을 신설하며 ‘엑시노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나선 상황인만큼 자사 칩에 최적화한 GPU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모바일을 넘어 GPU를 활용하는 다른 시장까지 시야를 넓히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엑시노스 라인업은 모바일부터 전장, 모뎀 등 다양하다. 여기에 SARC가 찾는 GPU 연구 엔지니어 공고에 향후 머신러닝부터 증강·가상현실(AR·VR) 등 미래 산업 분야까지 다룰 것임을 명시하면서 첨단 분야까지 확장할 전망이다.
삼성에 능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GPU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다양한 첨단 산업에 쓰이는 부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이 GPU 등 AP 관련 기술에 있어 많은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분간은 AMD와 협력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자체적인 GPU 제품 개발을 고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