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IBS 유전체교정 연구단 단장직을 내려놓은 김 전 단장은 툴젠의 고문이 됐다. 겸직 제한 의무가 있던 IBS에서 나와 당분간 고문으로서 툴젠에 적극적으로 자문할 것으로 보인다. 툴젠 관계자는 “김 전 단장이 IBS 사임 후 툴젠의 고문으로 위촉되면서 매주 회사에서 진행되는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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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김 전 단장이 당장 상근직으로 툴젠에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 업계 관계자는 “김 전 단장이 유전자가위 원천기술 헐값 이전 논란으로 송사에 휩싸이면서 툴젠의 최대주주자리를 내놓은 것이기 때문에 IBS에서 나왔다고 바로 상근직으로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달 초 김 전 단장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IBS를 사임했다는 내용을 밝힌 바 있다. 그는 해당 글에서 “2014년 3월, IBS 유전체교정 연구단을 설립하고 단장직을 맡은 지 만 8년 만에 IBS를 떠난다. 앞으로 3심재판과 크리스퍼 특허 선발명자를 가리기 위한 미국 특허법원의 저촉심사에 집중하겠다. 바이오제약 기업에 자문하고 창업자를 발굴, 지원하는 일도 새롭게 시작하려고 한다”고 썼다.
김 전 단장이 툴젠의 고문이 된 것은 특허분쟁에 휩싸인 툴젠 입장에서는 호재다. 1999년 김 전 단장이 설립한 유전자가위 원천기술 보유 기업 툴젠은 현재 미국에서 3세대 유전자가위 원천특허에 대한 저촉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 심사에서 툴젠은 ‘CVC그룹’(미국 UC버클리대 등), ‘브로드연구소’(미국 MIT·하버드대 등)과 누가 먼저 해당 기술을 발명했는지를 두고 다투고 있다.
김 전 단장은 툴젠이 보유한 유전자가위 기술의 발명자로 기존에도 저촉심사 과정에 참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 전 단장이 저촉심사에 참여하게 되면 원천특허 저촉심사는 물론 CVC, 브로드와의 3자 합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툴젠은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특허 관련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VC, 브로드와 달리 시니어파티 지위를 부여받은 툴젠이 저촉심사에서 선발명자로 인정받을 확률은 75% 정도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툴젠과 CVC, 브로드 모두 끝까지 저촉심사 결과를 기다리기보다 공동 라이선스 전략이나 특허풀 결성과 같은 방식을 택해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툴젠은 CVC와 브로드가 기술이전으로 받은 계약금의 일부를 합의금으로 받을 수 있다. 배분비율을 10%로 가정했을 때 툴젠이 양사로부터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특허수익금은 1650억원 규모다.
한편 김 전 단장은 현재 송사에 휘말려 있다. 지난 2020년 정부 연구비로 개발한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 크리스퍼/카스9 발명 특허를 헐값에 자신이 창업하고 최대주주로 있던 민간기업 툴젠에 빼돌렸다는 혐의로 대전지방검찰청에 기소되면서다. 당시 코스닥 이전 상장을 노리고 있어 송사에 부담을 느낀 툴젠이 2020년 말 제넥신(095700)을 전략적투자자(SI)로 유치하면서 김 전 단장은 2대 주주가 됐다.
김 전 단장은 1심에서는 해당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서는 외상거래 관련 일부 혐의에서 유죄취지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지난 2월 선고 이후 김 전 단장과 검사측 모두 해당 판결에 상소해 3심이 진행 중이다. 김 전 단장은 이에 대해 “IBS 참여 전 서울대에서 외상으로 구매한 시약 재료비 등을 IBS 연구비로 결제한 것을 업무상 배임 및 사기라고 판단한 2심 판결이 아쉽다”며 “고심 끝에 더 이상 IBS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새출발을 하기 위해 떠나게(사임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