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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임대업자·중개사 짜고 시세 조작
2일 부동산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아파트값이 이른바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 되자 빌라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사기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시세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전세나 매매계약을 하면서 적정가 대비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집을 떠안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는 신축빌라에서 흔하다. 빌라를 처분하기 위해 건축주와 임대사업자, 공인중개사가 짜고 매수자를 속이는 방식을 이용한다.
이를테면 건축주가 임대사업자에게 계약서상 3억5000만원짜리 빌라를 3억원에 넘기고 중개업자는 보증금 3억2000만원에 들어올 전세 세입자를 찾아 계약 체결을 돕는다. 이때 건축주는 3억원도 안하는 빌라를 완판하며 환금성을 높였고 임대사업자는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2000만원의 수익을 얻는다. 중개업자도 수 천만원의 수수료를 챙긴다.
김가람 법무법인 굿플랜 대표변호사는 “전세가 대비 매매가액이 같거나 소액인 갭투자 방식으로 물건을 팔거나 보증금 변제 능력이 없는 집주인을 끌어 들여 전세금만 가로채는 사기 수법이 대표적”이라며 “대부분 2030대 신혼부부나 젊은 층에서 피해자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빌라 사기 피해가 늘면서 전세금을 떼여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갚아준 건수와 금액은 해마다 느는 추세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HUG에서 받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현황’을 보면 2018년 40건(64억원), 2019년 467건(887억원)에서 지난해 1271건(2462억원)으로 폭증했고 올해 1분기만 해도 311건(601억원)에 달한다.
전세금 반환보증을 들지 않아 전세금을 모두 날린 최악의 사례도 있다. 세입자가 대항력을 갖기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에 전세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를 해야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 그런데 임대사업자가 세입자가 대항력을 갖기 전 해당 호수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도주한 사건이다.
계약 당시에는 등기상 대출이 없었지만 잔금을 치르기 직전 대출을 받은 사례로 임차인은 사실상 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김 변호사는 “임대사업자와 중개사가 연루된 사건으로 법적 대항력을 갖추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새로운 임대인에 대하여 민사적으로 법적구제를 받을 수도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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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를 조작해 빌라를 처분하는 사기 수법이 횡행한 것은 ‘깜깜이 시세’에 있다. 빌라는 아파트와 같이 실거래가 신고 의무가 없고 정형화된 주택이 아니어서 같은 지역이라고 해도 면적이나 준공연도, 대지지분 등에 따라서 시세가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건축주와 임대사업자, 중개업자 사이의 모종의 담합을 통한 시세 조작이 만연해 있다.
중개업계 한 관계자는 “3명의 중개업자가 시세확인서를 써주면 보증보험사 등에서는 시세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임대사업자 입장에서는 대출을 최대한 받아 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신축빌라를 여러채 운용할 수 있다”며 “또한 매수자에게는 리베이트 등으로 중개사를 동원해 시세보다 높은 값에 떠넘기기 때문에 빌라 매매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빌라 투자시 반드시 인근 시세와 비교하고 내재가치가 있는 물건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빌라 매매시에는 원룸이나 투룸보다는 방 3칸 이상인 넓은 평수를 사야 시세가 오르고 해당 빌라 주변의 오래된 부동산 여러 곳을 방문해 다른 빌라와 시세 비교를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부동산 가치와는 상관없는 ‘풀옵션’이라는 말에 혹해서는 안 되고 건축물 용도가 오피스텔인지 상가인지 확인하고 실제면적과 등기상 면적 일치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며 “개발지역이라고 한다면 지역주택조합은 사업이 중도 좌초되는 곳이 많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