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남해(경남)에서 요즘 새로 떠오르는 명소는 ‘섬이정원’이다. 남면의 장등산과 고동산 사이의 다랑논에 조성한 유럽 스타일의 민간정원. 민간정원이란 2015년 생긴 정원법에 따라 민간인이 조성해 입장료를 받을 자격을 인정받은 정원이다. 섬이정원은 경남에서 첫 번째이자, 전국에서 세번째 민간정원이다.
섬이정원을 찾아가는 길. 남해의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달리다 보면 유구마을에서 고동산 자락으로 난 꼬불꼬불 산길로 들어서야 한다. 좁고 교행이 안되는 이 산길을 따라 5분 남짓 차를 몰고 들어가면 산골짜기에 들어선 ‘섬이정원’이 나타난다. ‘섬이 정원이다’라는 뜻. 유럽식 정원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수목원이나 식물원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남해 다랑논의 형태와 구조를 그대로 정원으로 꾸며서다.
그래도 나름의 형태를 갖췄다. 섬이정원에는 계류정원을 시작으로 모네정원, 물고기정원, 돌담정원 등 분위기가 다른 자그마한 10개의 정원이 있다. 봄꽃이 피어나기 시작한 정원은 물론 정돈된 느낌은 아니다. 조금은 허술해 보이지만, 그 이유는 완성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첫인상이 비록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정원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자연 속에 동화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돌다리를 건너 정원으로 들어서면 별천지가 펼쳐진다. 정원에는 이미 갖가지 봄꽃들이 만개해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한사람이 걷기에 부족함이 없는 좁은 길에는 수선화를 비롯한 화려한 봄꽃들이 앞다퉈 여행객을 반긴다. 새들의 지저귐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정원은 자연스럽게 여행객을 유도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길은 꺾어지고 다른 화단으로 길이 이어진다. 이렇게 지그재그로 서너 층을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이면서 직사각형 연못이 나타난다. 일명 ‘하늘연못’이다. 이른바 ‘인생샷’이라고 부르는, 최고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폿이다. 잔잔한 수면에 하늘이 담기고, 연못 끝자락 산줄기 사이에 자그맣게 남해가 보인다. 수평선에는 이름 모를 섬들이 점처럼 떠 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한쌍의 남녀도 풍경에 취해 한 몫을 더한다. 이들을 반기는 새들이 합창하듯 지저귄다. 그만큼 섬이정원 곳곳에는 예쁜 공간이 많다.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 많이 찾는 이유다.
정원과 정원 사이에는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난대수종을 심어 공간을 분리했다. 종가시, 호랑가시, 은목서, 후피향나무 등은 그 자체로 이국적이다. 숲 산책이 주요 목적이라면 인위적으로 가꾸지 않은 숲속정원을 거닐어도 좋다. 벌써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었고, 붉은 동백 꽃송이가 뚝뚝 떨어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