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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자동차업체 제네럴모터스(GM)가 다음주 한국 부평을 비롯한 전세계 4개 공장에서 생산량을 줄인다.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부족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갑작스러운 반도체 품귀 현상은 전세계 자동차업계의 최대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GM, 내주 4개 공장서 생산 감축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GM은 오는 8일부터 미국 캔자스주 페어팩스, 캐나다 온타리오주 잉거솔, 멕시코 산 루이스 포토시 등 3개 공장에서 차량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 다음주 부평2공장에서는 절반 수준으로 감산한다.
이번 감산 영향을 받는 차량은 쉐보레 말리부 세단, 캐딜락 XT4 SUV, 쉐보레 이쿼녹스와 트랙스, GMC 터레인 SUV, 뷰익 앙코르 소형 크로스오버 등이다. 당분간 쉐보레 콜벳 스포츠카, 풀사이즈 픽업트럭 등 수익성 높은 차량의 생산을 유지하는데 집중하겠다는 게 GM의 계획이다.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한 건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반도체업계가 스마트폰과 PC 등 IT용의 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자동차 수요는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했고, 생산을 늘리려던 자동차업계는 반도체 수급 불일치의 난관에 부딪혔다.
GM은 다음주 생산량을 얼마나 줄일 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자동차 시장정보업체 오토포캐스트 솔루션스는 다음주 GM의 손실 물량이 1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로이터통신은 “GM은 반도체 품귀 현상의 가장 큰 타격을 받는 회사가 됐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바나스 GM 대변인은 “반도체 부족은 올해 차량 생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자동차업계에 대한 반도체 공급은 여전히 매우 유동적”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GM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반도체 공급망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 품귀, 올 3분기까지 간다
GM뿐만 아니다. 마즈다는 2~3월 자동차 생산량을 총 3만4000대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로이터통신이 이날 전했다. 폴크스바겐, 포드, 스바루, 도요타, 닛산, 스텔란티스 등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이미 감산을 결정했다. 예컨대 닛산은 최근 미국 미시시피주 캔턴공장에서 트럭 생산라인을 3일간 멈추며 생산량 조정에 들어갔다.
IHS마킷의 추산을 보면, 올해 1분기 전세계 자동차 생산은 예상보다 67만2000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오토포캐스트 솔루션스는 지금까지 자동차업계가 실제 감축한 규모는 56만4000대이며, 올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물량은 총 96만4000대라고 분석했다. IHS마킷은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올해 3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 정부가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가 있는 대만 측에 이례적으로 반도체 증산을 요청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대만 정부는 이번주 말께 미국 측과 화상회의를 열고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에 대해 논의할 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 미시건주, 오하이오주, 테네시주, 위스콘신주, 일리노이주, 인디애나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 주요 자동차 생산기지에 속한 상원의원 15명은 최근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의회와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