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눈물 뺐던 원유ETP…이번엔 효자 됐다

고준혁 기자I 2020.11.13 01:30:00

WTI, 화이자 백신 발표일 8.5%↑ 등 이달 15.8%↑
개인, ETF 10월말 6일 연속 순매수…4월 이후 최장
3일부터 순매도 전환…최대, 20.1% 수익률 추정
"박스권 유가 무관심하다, 대선 등 뉴스플로우에 단기 베팅"
"디지털·친환경 패러다임 변화에 내년 유가 60달러↓ 전망"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한때 개인투자자들 눈에서 눈물나게 했던 원유 관련 상장지수상품(ETP)이 최근 효자로 돌변했다.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에 국제 유가가 이달 들어 급등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대선 직전 원유 ETP를 대거 사들인 뒤 최근 팔아치우면서 단기 차익을 거뒀다. 개인투자들이 원유 ETP를 매도한 데에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과 원유 공급 과잉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돼 추세적 상승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최근 원유 ETF 20.1%↑…개인, 단타로 차익 실현 추정

1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2%(0.09달러) 오른 41.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이날까지로 보면 15.8% 상승했다. 지난달 30일 미국 대선 개표일을 앞두고 WTI는 배럴당 35.79달러를 기록, 6월 1일 35.44달러를 기록한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반등한 것이다.

유가가 이처럼 급반등한 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풀이된다. 3일 대선 개표가 시작된 뒤 조 바이든이 당선인으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추가 부양책에 대한 확신이 커졌고, 9일엔 화이자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의 예방효과가 있다는 소식 등으로 침체된 경기가 반등한단 전망에 힘이 실린 것이다. 통상 유가는 경기 회복 및 인플레이션을 가늠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평가된다. 특히 백신 뉴스가 나온 지난 9일 WTI는 하루 만에 8.5% 상승했는데, 그만큼 코로나19의 종식과 경제 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급속도로 퍼진 셈이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원유 관련 상품 투자로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개인들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6거래일 연속 대표적인 원유 상품인 KODEX WTI원유선물(H) 상장지수펀드(ETF)를 총 569억원 사들였다. 이는 지난 4월 20일 WTI가 -37.63달러를 기록, 원유 대란이 있었던 해당 월 12거래일(4/7~23) 연속 사들인 이후 최장 순매수 기록이다.

개인은 이달 3일부터 12일까지 해당 ETF를 총 746억원 순매도했다. 3일부터 전날까지로 기간을 잡으면 ETF 수익률은 20.1%다. 그간 순매수한 물량을 매물로 내놓으며 차익 실현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기준 이달의 ETF 수익률은 14.35%이고 순자산가치(NAV)는 12.79%다. 이같은 괴리는 ETF가 WTI 상승률과 다른 건 롤오버(월물교체)가 진행돼 ETF가 추종하는 기초지수가 올해 12월물보다 높은 내년 1월물 가격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 “잘했지만, 내년 유가 전망 60달러↓ 큰 수익률 어려워”

개인투자자들이 선물의 특성을 이해하고 대선 후 유가 단기 상승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단기 투자가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올 초 원유 선물 상품 투자로 손해를 봤던 것에 비하면 한층 성숙한 투자인 셈이다.

지난 3월 20일부터 4월 29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해당 ETF를 1조5444억원어치나 사들인 바 있는데, 대규모 손실을 봤다. 당시 유가는 제자리걸음을 하는데다 롤오버 비용을 인지하지 않고 장기투자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상품을 운용하는 삼성자산운용에 원유 상품 투자자 2명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일도 있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박스권에서 머물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이 추세적인 하락에 대한 베팅보다는 미국 대선 등에 관한 뉴스를 접하고 단기 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3, 4월 유가가 마이너스에서 반등하는 과정에서의 학습효과가 작용한 걸로 볼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유가 선물은 월마다 롤오버 되는데다 상승이 완만하게 진행될 걸로 전망되는 등을 고려하면 더욱 단기 거래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라며 “개인이 이번 대선과 백신 뉴스가 나오는 기간에 알맞게 플레이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대부분 내년에도 유가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유가는 완만한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60달러는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강한 유가 랠리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건 원유 과잉공급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기름을 쓰지 않는 디지털 서비스 중심의 산업 사이클과 친환경 에너지로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함께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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