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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보편적인 우편투표(바람직한 부재자 투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로 인해 2020년은 역사상 가장 부정확하고 사기를 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에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국민이 제대로, 안심할 수 있게, 그리고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을 때까지 선거를 연기???”라고 적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의 ‘부정선거’ 가능성을 강하게 주장해왔으나 이처럼 대선 연기를 직접 거론한 건 처음이다. 통상 미국에선 우편선거가 젊은 층과 흑인 등 소수인종의 투표율을 높여 여당인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게 정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미 언론들은 일단 그의 트윗이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성장률) 발표 15분 후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날 오전 미 상무부는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32.9%(연율)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한 지난 1분기 -5.0%를 기록, 6년 만에 역성장으로 돌아선 데 이어 하락 폭을 더 크게 키운 셈이다. 이로써 기술적인 ‘경기침체’는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즉, 자신의 최대업적으로 치부해왔던 ‘경제호황’이 무너지자, 국민의 시선을 돌려 국면을 전환하려는 술수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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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선 일정 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미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날 민주당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우리는 11월3일 투표함에서 당신을 만날 것”(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소속의 제리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도 “대통령에게 선거 연기 권한은 없다”고 못 박았다. 미 연방법에 따르면 미 대선일을 11월 첫 월요일 이튿날인 화요일이다. 이를 바꾸려면 연방법 개정이 필요한 데,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아예 없다. 만약 선거에 패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버티기’에 돌입한다고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미 수정헌법 20조 1항을 보면 대통령 임기는 ‘임기가 끝나는 해 1월 20일 정오에 끝난다’고 규정돼 있다.
친정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어이없다’는 반응 일색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11월3일 대선은 불변”이라고 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도 “연방 선거 역사상 선거를 바꾼 전례는 없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잘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우편투표가 유일한 투표 수단이 돼선 안 된다”면서도 “선거를 미뤄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연기론’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