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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코람코 자산운용은 국내 호텔을 전문으로 매입하는 블라인드 펀드 조성을 기획 중이다. 코로나19로 밸류에이션이 출렁이는 국내 호텔이 매입 대상이다. 펀드 목표 설정액은 1000억원대로 내부 논의를 거쳐 펀드레이징(자금유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번 펀드는 국내 호텔을 싼값에 인수해 용도변경을 하거나 리모델링 하는 ‘밸류애드(가치 향상)’ 투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코로나19로 고객이 급감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호텔을 사들인 뒤 개량 또는 수선 과정을 거쳐 시장 회복기 때 재매각 한다는 계산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호텔을 싸게 사들인 뒤 생활 숙박시설 기능을 더하려는 수요가 있다”며 “호텔 자체만으로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주거의 기능을 섞으려는 차원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람코는 코로나19로 해외 부동산 투자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국내 호텔 투자가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펀드 조성 규모는 1000억원 안팎에 이뤄질 예정이지만 시장 분위기를 판단한 뒤 펀드 설정액을 늘리거나 2호 펀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와 자본시장 안팎에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리스크(위험) 관리를 재차 당부한 상황에서 코로나 진정세 또는 확산 흐름이 펀드 설정 시기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에서 상황을 조율한 뒤 펀드 시기를 조정할 것이다”며 “이르면 오는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면 펀드 조성을 마칠 전망이다”고 말했다.
신선한 발상 VS 매수협상 관건…시장 의견 분분
시장에서는 코람코의 호텔 매입 펀드 추진을 두고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저가 매수에 밸류업까지 이뤄질 경우 시장 회복기 때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급매물로 나오는 물건을 보유하고 있다가 제 가격을 찾을 때 파는 발상 자체는 좋은 것 같다”며 “당분간 코로나19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볼때 유효한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한 시점에서 매수 포인트 잡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부동산 운용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호텔을 싸게 사더라도 객실이 비어 이자도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며 “매각 측에서 투숙객 급감에도 호텔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분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람코는 올 하반기 호텔 투자 펀드 외에도 새로운 상품을 시장에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8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예고한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가 대표적이다.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는 SK네트웍스로부터 직영주유소를 매입하기 위해 설립한 리츠다. SK네트웍스로부터 인수한 직영주유소 189곳이 리츠에 담길 예정이다. 공모 규모는 900억~1000억원 수준으로 6%대 배당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람코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에 호텔과 마찬가지로 주유소 수익성도 악화한 상황이지만 현대오일뱅크와 맺은 확정 임대차 계약으로 공실 리스크를 낮췄다”며 “현대오일뱅크와 주유소 부지 안에 드라이브 스루 상점을 설치해 세차와 정비, 카 케어(Car Care)서비스 사업도 시작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