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각 사업이 되나?”…편견 딛고 미쉐린 진출한 ‘부각마을’

이윤화 기자I 2019.03.21 06:10:00

노지현 느린먹거리by부각마을 대표 인터뷰
최상급 재료와 전통제조방식 고수 원칙이 성장 비결
“성공한 청년사업가 아닌 브랜드 가치로 기억될 것”

노지현 느린먹거리by부각마을 대표.(사진=부각마을)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새로 이사한 아파트에서 이웃과 소통하기 위해 친정 어머니표 김부각을 나눠줬던 게 부각마을의 시작이었습니다.”

김부각 하나로 창업 4년 만에 연매출 10억원을 달성한 노지현(31) 느린마을by부각마을 대표는 창업 목적이 단순한 이윤창출이 아닌 ‘건강한 우리 먹거리 알리기’였다고 했다.

노 대표는 정말 우연한 계기로 김부각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4년 전 새로 이사한 아파트 이웃들에게 친정어머니가 만들어 보내주신 김부각을 나눠줬는데 반응이 좋았다. 특히 노 대표처럼 아이를 둔 젊은 엄마들은 자극적인 먹거리에 대한 걱정이 많았고, 심심하지만 전통방식 그대로 만들어 건강한 맛을 내는 김부각이 간식으로 제격이라고 평가했다.

노 대표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니즈가 크다는 것을 알았고 김부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들어 판매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하지만 집에서 간식거리로 부각을 만들어 먹는 것과 사업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부모님을 비롯한 노 대표 주변 사람들은 “부각이 사업 아이템이 되겠느냐”며 걱정과 우려 섞인 반대를 했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밥반찬, 간식거리를 누가 돈을 내고 사 먹겠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김부각을 활용한 요리.(사진=부각마을)
애초에 이윤창출보다는 건강한 우리 먹거리를 알리자는 목적이 더 컸던 노 대표는 남편을 설득해 2015년 8월부터 김부각 장사에 나섰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남편도 퇴직금을 모두 투자할 만큼 적극적으로 도왔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청년 소상공인에게 빌려주는 지원금 2000만원을 보태 약 5000만원의 초기 자금을 모았다. 광주 외곽에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을 주고 23㎡(약 7평) 규모의 공간을 임대해 김부각 생산을 시작했다.

노 대표의 사업 원칙은 하나였다. 장흥 무산김, 완도 소안도김 등 최상의 재료로 전통방식 그대로의 김부각을 만드는 것이다. 이윤이 거의 남지 않더라도 무조건 최상의 원재료와 일정한 품질의 제품 생산을 고집했다. 그러다 보니 처음 몇 달간은 사실상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몇 천만원을 들여 원재료가 될 김을 최상급 제품들로 구매했지만 안 좋은 재료들이 섞여 있는 경우 전량 폐기도 감수해야 했다.

그는 “사업 초기에는 원재료를 보는 안목도 부족했고, 먹거리를 다루는 분들은 모두 저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는 순수한 마음에 몇 차례 속은 적도 있다”라면서 “지금은 그런 시행착오의 경험들이 밑거름이 됐고 값비싼 수업료를 낸 것이라 여긴다”고 말했다.

김, 쌀 등 최상급의 원재료로 한 장씩 수작업으로 풀칠해 만든 김부각을 현대적인 제품 패키지에 담아 먹기 좋게 포장하니 서서히 인터넷 주문이 들어왔고 단골도 늘었다.

부각마을이 성장 기회를 잡은 것은 2016년 광주 1913송정역 시장에 점포를 내면서부터다. 당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문화와 예술을 접목해 전통시장을 살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송정역 일대 창조적 전통시장 육성 프로젝트(1913송정역시장)’를 시작했고, 노 대표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통시장 청년상인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처음에는 카페를 방문한 손님들에게 부각을 맛보기로 나눠줬다. 느린먹거리by부각마을이라는 오프라인 매장을 카페 형태로 운영하면서 과일 칩, 합성첨가물을 넣지 않은 음료, 핸드드립 커피 등을 판매하면서 부각이라는 음식을 홍보한 것이다. 3~4개월이 지나자 주문, 택배 전화가 늘어났다.

올해 초 김부각 생산을 시작한 부각마을 자체공장.(사진=부각마을)
사업규모도 점차 커졌다. 올해 초에는 광주 북구 양산동에 430㎡(130평) 규모의 자체 생산 공장을 만들었다. 하루에 1만4000장 규모의 김을 부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연 단위로 보면 30억원까지 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생산 시설이다.

2016년부터는 호주 등 해외에서도 꾸준히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호주 고객은 시드니에서 50위권 안에 드는 호텔, 미쉐린에 등록된 레스토랑 등에 B2B(기업 간 거래)로 식재료를 공급하는 업체 대표였고 결국에는 파트너사로 계약까지 할 수 있었다. 현재는 호주, 미국 등으로 수출 전용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부각마을 매출의 10% 정도다.

노 대표는 부각마을이 매년 200% 외형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소위 ‘물들어 올 때 노 젓는 사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문 후 물건을 받기까지 2주에서 한 달이 걸릴 정도로 주문이 몰리고 있지만, 김부각 생산을 기계식으로 바꿀 생각이 없다. 앞으로 사업 규모가 더 커지더라도 양질의 재료를 사람 손으로 직접 다듬고 만들며 정성을 들이는 전통방식은 꼭 지켜나갈 계획이다.

지금은 무조건 판매량을 늘리기보다는 품질이 보장된 제품을 유통할 방법을 우선 연구하는 단계다. 국내에서는 마켓컬리 등 제품에 대한 품질관리가 보증된 유통경로를 고민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아마존 등에 안정적으로 납품 할 수 있는 방법을 직원들과 함께 연구하는 중이다. 올해 상반기 안에는 수출 전용 부각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올해부터 홍콩, 방콕, 태국 등 세계 곳곳 식품박람회를 다니며 해외 수출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은 대량 유통을 욕심낼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투자 제의도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자금을 투자받아 사업 규모를 급격히 늘리면 그만큼 제품 품질 관리도 어렵고 리스크도 클 것이라 판단해 천천히 브랜드 가치를 키워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콩식품박람회에 참여한 부각마을 부스.(사진=부각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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