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포화`에 로스쿨 견제하는 변협…정원감축·통폐합 주장도

송승현 기자I 2019.02.18 06:15:00

[10년 된 로스쿨의 위기]③로스쿨과 변협의 `기 싸움`
"입학정원 1500명 감축…변시 합격자수도 1000명으로"
로스쿨 단체는 "기성 변호사들 밥그릇 지키기" 반박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을 마치고도 둘 중 한 명도 합격하기 힘든 변호사 시험을 비난하는 로스쿨학생협의회의 전국 총궐기 대회가 18일 청와대에서 열린다. 이같은 로스쿨생들의 분노는 대한변호사협회와의 뿌리 깊은 앙금이 자리잡고 있다. 변협은 그동안 법조 직역 과잉 수급으로 인해 법률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로스쿨 정원과 변호사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해서 제기해 로스쿨 단체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 2009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뒤 10년이 지나면서 변호사 수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상태다. 법무부에 따르면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합격자 수는 2012년부터 매년 1500명 안팎이다. 기존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들과 합치면 10년 간 증가 인원은 2만여명에 달한다. 변협은 오는 2022년 등록 변호사 수만 3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변호사 공급을 일정 부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변호사 수 증가로 직면한 문제를 두고 변협과 로스쿨 단체들은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우선 변협은 변호사 합격자 수를 철저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2017년 개정된 변호사 시험법에 따라 법무부는 합격자 수 결정 시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 심의 의견과 별도로 변협과 로스쿨협의회 등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변협은 지난해 합격자 수를 최초 합격자인 1593명보다 100명 감축한 1493명을 제시했다. 로스쿨협의회에서 제시한 1800명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변협은 합격자 수를 점차 1000명까지 줄여 나가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 외에도 변협은 로스쿨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근거로 일부 로스쿨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법무부가 처음 공개한 제1~7회 변호사 시험의 로스쿨 25곳 합격률과 누적 합격률에 따르면 제7회 변호사 합격률은 상위 5개 로스쿨(서울·연세·고려·아주·성균관대) 평균이 71.84%인 반면 하위 5개 로스쿨(충북·동아·제주·전북·원광대)은 28.45%에 불과했다.

이를 근거로 변협은 로스쿨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입학 정원 조정과 통·폐합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2004년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은 최대 74개 학교를 운영하다 변호사 시험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절반 수준인 37개로 줄인 바 있다. 실제 지난해 로스쿨 도입 1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법학전문대학원의 미래와 해법 심포지엄에서 변협은 “로스쿨 입학 정원은 점진적으로 1500명으로 감축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전국 로스쿨을 과감하게 통·폐합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로스쿨 단체들은 기성 변호사 밥그릇 지키기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로스쿨 도입 당시 입학 정원을 2000명으로 한 것은 정부와 변협, 기타 단체들의 합의로 결정된 사항임에도 변호사 시장 포화를 이유로 변협이 자의적으로 정원 감축을 주장하는 것은 기존 변호사들의 이기주의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변호사 시장 포화의 원인도 로스쿨이 아닌 유사직역임에도 변협이 이를 해결하는 데 소홀히 해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변협이 통폐합 근거로 내세우는 일본 사례에 대해서도 입학 정원 미달로 스스로 정원을 감축하거나 로스쿨 자체를 폐지한 것이지 변호사 시장 포화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한국의 변호사 숫자가 미국의 6분의 1, 영국과 독일의 7분의 1 수준이라 국민의 법률 서비스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신규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 상황을 고려해 보면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응시자 대비 75% 이상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로스쿨 단체들의 공통된 견해다. 학생협 측은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올려 신규 변호사가 시장으로 나오면 법조 문턱이 낮아지면서 낮아진 수임료와 더불어 질 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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