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선거 초반부터 과열…중기중앙회장 자리가 뭐길래

강경래 기자I 2019.02.12 06:00:00

김기문 전 회장 등 중기중앙회장 5명 입후보 선거전 돌입
연 1.2억 활동비에 비서·의전차량 등, 홈앤쇼핑 이사회의장 겸직
중기중앙회장 출신 다수 국회 입성 등 정계 등용문 역할도
"최저임금·근로시간 등 노동문제 적극 해결해야" 책임감도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전국 360만 중소기업 수장인 ‘제26대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와 관련, 무려 5명이 입후보한 후 지난 9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이들 후보 중엔 과거 8년간 중기중앙회장을 역임한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도 포함됐다. 지난 25대 선거에서 낙선한 이재광 광명전기 회장도 다시 출마했다. 이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지원자가 없어 고민 중인 다른 경제단체 상황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렇듯 중기중앙회장 자리를 두고 과열 경쟁 양상이 벌어지는 것은 우선 정부로부터 부총리급 의전을 받는 등 명예가 따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중기중앙회장은 그동안 국회의원 등 정계 진출에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이 밖에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도 겸한다. 이런 이유로 중기중앙회장을 ‘중통령’(중소기업대통령)으로 부르기도 한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활동비는 연간 1.2억 받아

중기중앙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하지만 활동비 명목으로 연간 약 1억 2000만원을 받는다. 사실상 한 달에 1000만원 가량을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중기중앙회장은 중기중앙회가 최대주주(32.93%)로 있는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도 겸한다. 이사회 의장에게는 연간 6000만원의 보수가 주어진다.

중기중앙회장은 중기중앙회관 내 별도 집무실과 함께 비서진, 운전기사, 의전차량(에쿠스 리무진) 등이 주어진다. 정부 행사에서 부총리급 의전을 받고 대통령이 해외 순방할 때도 동행한다. 25명의 중기중앙회 부회장 임명권과 함께 중기중앙회 산하 550여 개 협동조합들에 대한 감사권도 주어진다.

특히 중기중앙회장은 정계 입문에 있어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중기중앙회장을 거쳤던 11명 중 김봉재(6~11대)와 유기정(12~14대), 황승민(16대), 박상규(17대), 박상희(18∼19대), 김용구(22대) 등 절반이 넘는 6명이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이와 관련 이번에 중기중앙회장에 출마한 이재한 후보(한용산업 대표)는 19대·20대에 국회의원에 출마해 낙선한 이력도 있다.

현 정부 들어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중기중앙회 위상이 한층 높아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첫 신년회를 이례적으로 청와대가 아닌 중기중앙회에서 열기도 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중소기업학회장)는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현 정부 들어 중소기업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중기중앙회 위상도 과거보다 높아졌다”며 “중기중앙회장 선거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장 출신 절반 이상 ‘금뱃지’

중기중앙회장 출마를 위한 기탁금에서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중기중앙회장 후보로 등록할 때 2억원의 기탁금을 낸다. 대통령 출마에 필요한 기탁금이 3억원, 국회의원이 1500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큰 금액이다. 기탁금 전액을 돌려받으려면 중기중앙회장에 당선돼야 한다. 중도에 사퇴할 경우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다만 중기중앙회장 선거가 과열 양상을 넘어 혼탁해질 기미를 보이는 데 대해 업계는 우려한다. 이와 관련 공식선거운동을 시작한 지난 9일 이전부터 후보 진영 간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일례로 지난달 25일 A후보 진영에 속한 B씨가 유권자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되기도 했다. 선관위는 허위사실 공표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B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중소기업들이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정책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는 만큼 향후 중기중앙회장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쓴소리’를 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정희 교수는 “이번 중기중앙회장은 최저임금 인상 등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과제를 해결해야 할 ‘무거운 자리’가 될 것”이라며 “정계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 등 목적이 변질되면 안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와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 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 이재광 광명전기 대표,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이상 기호 순) 등 5명의 후보는 오는 28일 선거일 전까지 경쟁을 펼친다. 선거는 중기중앙회 정회원 협동조합 이사장 과반의 투표와 이 중 과반의 득표로 당선된다. 유효득표율이 50% 미만일 경우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관리를 위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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