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①"변호사 유사직역 정리…광고·동업 규제 풀겠다"

송승현 기자I 2019.01.28 06:08:00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 당선인, 25일 첫 단독 인터뷰
법률시장 확대 강조…준법감시인제 全사업장 적용 필요
변호사 광고·동업 규제 완화…`리걸테크` 적극 지원
법률구조공단 구조대상 축소, 운영도 변협 이관해야
또다른 사시 전락…로스쿨 입학정원 조정도 고려해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당선인이 2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대담=이데일리 이정훈 사회부장, 정리=송승현 기자] “변호사 직역 수호라는 것은 `법률서비스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다음 달 26일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회장 임기 시작을 앞둔 이찬희(54·사법연수원 30기) 당선인은 25일 이데일리와 가진 첫 단독 인터뷰에서 변호사업계 최대 화두인 직역 수호가 단순히 `내 밥그릇 지키기`처럼 비쳐지는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이처럼 정당성을 강조했다.

현재 변호사업계에선 세무사·변리사 등 유사 직역들의 활동영역 잠식 현상이 거세지면서 생존권 위협을 우려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유사 직역제도에 대해 “이는 과거 미흡했던 사법제도의 산물”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사법연수원을 통한 소수 엘리트 법조인 양성 시스템으로 운영되던 과거 사법제도 하에서 변호사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고 이로 인해 변호사 비용이 과도하게 뛰자 유사 직역군이 이를 광범위하게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도입 이래로 변호사 수가 한 해 1500여명씩 늘면서 내년쯤이면 변호사 3만명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제는 유사 직역군이 변호사의 보완재 역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당선인은 “변호사 수가 늘어난 만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도 많아졌다”며 “변호사들이 각자 전문 분야에서 서로 경쟁한다면 시장 논리에 따라 국민은 합리적인 가격에 전문성을 갖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이 비(非)법률전문가인 유사 직역군에게 임시방편에 불과한 법률서비스를 받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즉각적인 유사 직역 퇴출과 같은 급진적인 접근 방식에는 선을 그었다. 이들 유사 직역도 과거 사법제도의 결함으로 인해 생겨난 것인 만큼 이들을 배타시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오히려 직역 수호는 투쟁이 아닌 합리적 가격 경쟁 등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져야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연착륙할 수 있다는 게 이 당선인의 판단이다.

동시에 법률시장 확대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변호사 수 증가로 인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애초 대한변협 회장 선거는 단독 후보 출마로 흥행이 떨어져 선거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깨고 이 당선인이 여유롭게 당선된 것은 그만큼 변호사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돼 투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많다.이 당선인도 변호사업계의 위기감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당선인은 “직역 확대와 더불어 준법감시인 제도를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회사들이 도입하도록 하는 등 법률시장 확대에 나서면 된다”며 “문제는 영역을 닫아놓고 수만 늘어나기 때문이라 이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제는 로스쿨 입학 정원 조정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변호사들을 옥죄고 있는 각종 규제도 재검토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것이 변호사의 광고 제한이다. 변호사법 제23조에는 `부정한 방법을 제시하는 등 변호사의 품위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이를 변협 내 광고심사위원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열어줄 계획이다. 그는 “이런 규정은 과거 `채신머리 없이 변호사가 광고를 왜 하느냐`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를 적극적으로 열되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했다.

변호사와 비(非)변호사 간 동업·이익분배 금지도 법률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다. 정보기술(IT) 발달로 법률시장에서는 최근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이 합쳐진 `리걸테크(legal-tech)`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법에서 변호사업무와 관련해 변호사와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이를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르면 동업·이익분배 금지를 위반하면 변호사 아닌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변호사는 공범으로 처벌되진 않지만 징계를 피할 수 없다. 동업·이익분배 금지 원칙의 문제점에 공감하고 있는 이 당선인은 “유사 직역군과 기업인 등과 같이 전문성 있는 사람들의 자문을 듣고 소송할 수 있는 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리걸테크 확산을 위해 변협 내 정보통신 분야를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당선인은 “현재 리걸테크 등과 관련한 상임이사 등이 마련돼 있지 않은데 이번 집행부를 구성하면서 리걸테크를 담당할 변호사들을 이사로 세울 것이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이 가져오는 병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법률구조공단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민을 위해 무료법률상담과 소송 대리 등을 지원하는 법무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하지만 많은 구조 건수로 공단 내 변호사는 1년에 400건 이상을 맡는 등 손이 부족할 지경이다. 이로 인해 소송의 시작이 되는 법률상담은 변호사가 아닌 일반 직원이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당선인은 “법률상담은 변호사만 할 수 있다. 지금 구조공단의 행태는 엄연한 위법으로 결국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구조공단의 가장 큰 병폐는 정부가 기관장을 임명하기 때문에 가시적 성과를 위해 기관장이 실적 경쟁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견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구조공단 운영 주체를 변협으로 이관하거나 적어도 법무부와 변협이 공동으로 운영해 이런 병폐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국민의 법률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변호사 다양성과 전문성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 시스템과 변호사 자격시험 등 로스쿨 전반에 대한 전면적 검토와 더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로스쿨 설립 취지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변호사 시장으로 나와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지만, 현재 로스쿨 제도로는 기존 사법시험 제도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로스쿨 입학 초기에는 학생들이 인권법, 통일법, 국제법 등 관심을 두다가도 졸업을 앞두고서는 변호사 자격시험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이 당선인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것은 사실상 지금 정부나 다름없지만 설계했던 것들에 대해서는 보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를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로스쿨 제도에 대한 보완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다가올 통일 시대를 대비한 준비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통일이 돼도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승자의 저주가 될 확률이 높다”며 “당장 UN 경재제재가 풀려 경제교류가 활성화 됐을 때 각종 계약과 관련한 법률부터 준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당선인은 통일은 곧 법률시장 확대고 동시에 남한 변호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올 9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변호사협회(IBA) 연차 총회에 북한 변호사들을 초청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이 당선인은 “북한 변호사와 남한 변호사가 교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에 이를 계속 요청하고 변협에서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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