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7일]SNS 끊기...해방감보다 소외감이 더 컸다

전이슬 기자I 2019.01.09 06:15:27


눈물을 머금고 카카오톡을 삭제하는 화면 갈무리 (사진=스냅타임)


얼마 전 KT 아현지사 화재로 신촌에서 고생한 적이 있다. 순식간에 디지털세상 속 원시인이 돼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었달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없이 내가 얼마나 무능력한 사람인가를 몸소 체험했다. 새해도 왔으니 극복 좀 해보자는 마음으로 SNS 끊기에 도전했다.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기 전까지 수많은 걱정이 뇌리를 스쳤으나 막상 삭제하고나니 친하지 않은 지인들, 회사 업무 단체카톡방 등 관계의 늪에서 해방되는 느낌이 들어 홀가분했다.

문자로 먼저 연락 준 고마운 사람들 (사진=스냅타임)


12월 31일 첫날부터 고비가 시작됐다. 자정을 넘기고 2019년이 되니 새해 인사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메시지라도 보내려고 전화번호부를 뒤졌지만, 번호가 없었다. 카톡 친구는 700명이 넘었지만, 전화번호부에 남은 연락처는 200개 뿐이었다. 고맙게도 문자로 먼저 연락이 온 친구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앱 다운을 말리는 주변 사람들에 고통스러워하는 기자 (사진=스냅타임)


진짜 고비는 1일 연휴가 끝난 출근 시간에 왔다. 기자의 집부터 회사까지는 1시간 30분 거리.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확인하는 게 출근길 유일한 낙이었다. 그 긴긴 출근 여정을 멍청히 서 있는 채 보내야 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삭제한 앱을 다시 내려받고 인증번호까지 받아버렸지만 말리는 주변 사람들의 성화로 겨우 유혹을 이겨냈다. 이 세상 슈퍼 울트라 아싸(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문자로 그림 맞추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사진=스냅타임)


그나마 문자 기능이 기자를 살렸다. 아이폰 사용자인 기자는 아이폰 단체문자 기능으로 외로움을 달랬다. 평소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문자 기능에 대만족하며 친구들과 그림 맞추기를 하고 이모티콘을 스스로 그려 보내며 자급자족 SNS 삶을 살았다.

충전 없이 배터리를 44시간이나 사용한 이례적인 일 (사진=스냅타임)


나흘 정도 지나자 틈틈이 보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습관처럼 하던 핸드폰 충전을 안 하는 자신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44시간 동안이나 핸드폰 충전을 하지 않아도 문제 없었다. 비록 공지 전달이 안 돼서 회의 시간을 나만 몰랐다는 불편함도 있었지만, 곧 내 모습에 익숙해졌다.

업로드 할 사진을 찍는데 주력한 결과물 (사진=스냅타임)


기자가 불편하다고 생각하지만, 지속해서 연락이 오는 지인이 있다. 그 지인은 기자의 연락처를 모르고 SNS가 없으니 연락이 오지 않았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문득 찾아오는 공허함은 그 연락조차 그립게 만들었다. 대신 일주일 도전이 끝나자마자 마음껏 SNS에 게시물을 업로드할 생각으로 일상 사진들을 찍는데 주력했다. 음식 개당 기본 10장은 찍은 것 같다.

12월과 1월의 전화, 문자 사용량 비교 표 (사진=스냅타임)


전 달 같은 기간에 비해 확연하게 늘어버린 문자와 전화량은 지난 일주일 간 소외감과 공허함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친 흔적이다. 불편한 사람과의 연락, 수많은 인간관계가 주는 심리적 피로감에선 해방됐지만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더 컸던 한 주였다. 고로 기자는 ‘개인의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선택에 따른 책임을 다짐하며 일주일 체험을 마친 6일 자정이 되자마자 삭제했던 어플들을 복구했다.

[전이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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