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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신용카드 수수료 개편은 자영업자들의 수익을 보전해주기 위한 근시안적인 정책으로자율경쟁 시장 자체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주도로 추진하는 제로페이에 은행들을 참여시키고 소상공인 자영업자 판매자의 수수료 부담을 없애기 위해 계좌이체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거나 낮추기로 한 것도 가격통제로 꼽을 수 있다. ‘문재인 케어’를 이유로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낮출 것을 요구해 보험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금융이 아무리 인허가산업이라고 해도 정부가 시장가격에 개입하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금융 이외에도 정부가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통신요금을 인위적으로 낮춘 ‘보편 요금제(월 2만원대 서비스)’와 기초연금 수급자에 월 1만1000원 통신비를 감면해주는 정책도 통신사들의 수익 감소로 이어지면서 5G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 제약요인으로 지적된다. 치킨값 억제도 유사한 사례다.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는 좋지만 정부의 과도한 가격 개입은 시장의 활력을 떨어트리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의 소위 ‘MB 물가지수’는 정부 주도의 가격통제 정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당시 MB정부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서민 생활에 밀접한 품목 52개에 대해 개별 공무원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가격을 관리하는 책임을 떠안기까지 했다. 하지만 MB정부의 이같은 대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비)은 2010년 2.9%에서 되레 2011년 4.0%로 더 뛰었다. 알뜰주유소를 통한 기름값 인하 효과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고 정유업계 혼란만 가중시켰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부)는 “신용카드 수수료 개편뿐 아니라 실손보험료 인상 및 치킨값 인상 억제 등은 최저임금인상 등의 정책 부작용을 덮기 위한 자의적인 가격통제로 자율시장 근간을 뿌리채 흔들고 있다”며 “정부는 제2, 3의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기 위해 프랑스혁명 당시 로베스피에르의 ‘반값 우유정책’(우유값을 떨어트리자 손실을 본 낙농업자들이 젖소를 도살하거나 판 사례)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