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청약제도가 너무 자주 바뀌면서 복잡해지는 바람에 애꿎은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우려가 커졌다. 청약제도를 규정한 ‘주택공급 규칙’은 1978년 처음 발표된 이후 40년간 무려 138차례나 바뀌었다. 1년 평균 3.45차례에 해당한다. 그때마다 가점제 등 새로운 내용이 더해지며 갈수록 복잡해졌다.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조차 헷갈린다고 말할 정도로 ‘난수표’가 돼버렸다. 규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잠깐 실수로 분양에서 떨어지거나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되는 이유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청약 부적격 건수는 2만 1804건으로, 1순위 청약 당첨자(23만여명)의 9.4%에 달한다. 문제는 무주택 기간이나 청약가점을 잘못 계산하는 등 단순 실수로 인한 부적격 건수가 전체의 66.5%인 1만 4497건이나 된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규정이 복잡한 데다 자주 바뀌다 보니 재당첨 제한, 부양가족 등 사소한 부분에서도 자칫 착오를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정부가 청약제도를 누더기처럼 만들어 놓고도 모든 책임은 선의의 수요자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이처럼 잦은 변경에도 투기세력들이 청약제도를 악용하는 등 허점이 크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청약할 때 제출한 공문서의 진위 여부를 가릴 제도적 장치가 없어 위장전입이나 허위소득 등을 걸러내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최근에도 불법으로 청약통장을 구입해 가점 조작, 위장전입 등의 방법으로 수십억대 전매차익을 챙긴 300여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8월에는 위장결혼·전입 등을 통해 243차례나 아파트를 분양받은 청약사기단이 적발되기도 했다.
무주택자와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투기세력을 막기 위해 청약관련 규정을 계속 손질하는 것은 이해된다. 하지만 문제점은 보완하되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보다 투명하고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본인 인증이 확인되면 무주택 기간, 가점 등 청약조건이 자동 입력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기세력의 발호를 방지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토부와 금융결제원, 행정안전부 등 공문서의 진위를 가릴 관계부처의 전자공문서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