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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과 이채필(62)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유다. 법관이 이들에 대해 검찰이 주장한 혐의가 있다는 심증을 갖지 못했다는 의미다. 검찰의 수사 미흡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형사법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검찰은 인권보호기관임을 자임한다. 그러나 검찰이 실제로는 법과 원칙에 맞춰 구속여부를 냉정하게 판단하기 보다는 수사의 편의와 여론을 지지를 얻기 위해 영장청구 권한을 남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반면 검찰은 권력자나 조직적 범죄에 대한 수사에서 지시자 등 윗선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인권보호에 역행하는 ‘구속수사’ 관행 여전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는 비율은 2012년 20.5%, 2014년 20.1%, 2016년 17.9%, 2017년 19.0% 등이다. 보통 5건당 1건 꼴로 기각되는 셈이다.
그러나 사회적 관심이 많은 사건에선 영장 기각률이 평균보다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게 검찰이 13번 구속영장을 청구해 11번 기각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사건이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건으로 꼽힌다. 검찰은 이 사건 주요 피의자들을 검찰에 소환해 조사한 뒤 거의 예외없이 영장을 청구했다.
특히 검찰은 박상범(61)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에게 청구한 영장이 기각된 지 일주일 만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지만 다시 기각당했다. 당시 법원은 “피의자가 일부 범죄혐의에 대해 형사책임을 인정하지만 범죄사실의 많은 부분에 대해선 다툴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보강수사를 통해 재청구한 한 2번째 영장도 혐의 소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이 사건에서 삼성전자와 삼성그룹 등 윗선 수사를 위해 핵심 혐의자들의 신병확보를 너무 의식하고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영장심사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구속은)신병과 관련된 사안으로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며 “범죄가 명백하지 않거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 편의를 위한 수단으로 영장청구를 남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영장청구를 남발해 영장기각이 잇따른다는 지적은 수사권 조정 절차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검찰에 아픈 대목이다.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독점해야 한다고 주장한 논리는 법률전문가로서 인신 구속이라는 중차대한 인권 침해를 합리적, 최소화 하기 위해 경찰 등의 섣부른 영장신청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이유였다. 일례로 검찰은 황창규(65) KT 회장에 대한 경찰의 영장신청을 반려하며 “현 단계에서 구속할 만큼 수사가 되지 않았다는 취지”라고 했다.
그러나 통계는 검찰의 주장과 배치되는 결과를 보여준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3∼2015년 경찰이 검찰의 심사를 거쳐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 8만 3585건 가운데 17.2%(1만 4365건)가 기각됐다. 이 기간 검찰이 직접 청구한 구속영장(2만 2720건)의 기각률은 24.9%(5659)로 나타났다. 경찰 송치사건에 비해 검찰 직접수사 사건에서 구속영장 기각률이 높았다.
형사사건을 주로 맡는 한 변호사는 “검찰은 수사지휘를 통해 경찰 등의 수사결과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며 “(그러나)검찰이 직접 수사한 사건에 대해선 객관적인 사법통제자로서 역할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수사에 대해선 엄격한 반면 자기가 맡아 진행한 수사는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평가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선 수사팀의 영장청구에 대해 검찰 수뇌부가 차분히 검토해 판단함으로서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보류하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라고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강원랜드 수사단은 수사 개입이라고 반발했으나 결국 법원은 제3자뇌물 등 구속영장에 적용한 법리가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영장을 기각했다.
잇따른 영장기각에 검찰의 불만은 크다. 일례로 법원이 “범죄성립 여부에 법리상 의문점이 있다”며 권 의원 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은 실제 영장심사서를 보여주며 “‘업무방해죄 등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재됐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법원의 영장심사서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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