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삼성, 실리콘밸리 문화 확산..'애자일'式 SW개발 확대

김혜미 기자I 2016.05.18 05:00:00

갤럭시S7 탑재 메시지·인터넷·S헬스 앱 개발시 적용
애자일 방식으로 보이스 레코더 등 추가 앱 개발중
업무방식 자체도 변경..삼성SDS도 애자일 적극 추진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애자일(Agile)’ 프로세스를 확대 적용하고 나섰다. 애자일은 의사결정 속도를 앞당겨 개발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을 벤처기업처럼 역동적인 회사로 변신시키기 위해 최근 ‘스타트업 삼성’을 표방하면서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새로운 제도가 본격 적용되는 양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 갤럭시노트6 등 차기 스마트폰에 탑재될 보이스레코더 등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애자일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앞서 선보인 갤럭시S7과 갤럭시S7엣지에는 메시지와 인터넷, S헬스 등의 3가지 앱이 애자일 방식으로 개발, 탑재해 성공을 거둔 것이 영향을 끼쳤다.

애자일은 본래 ‘민첩한, 기민한’이라는 단어에서 보듯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세스를 말한다. 애자일 방식의 프로젝트는 개발 대상을 작게 분할해 반복적으로 개발하고, 여기서 개발된 성과물에 하나씩 작은 기능을 추가해나가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때 하나의 기능적인 팀 단위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고 프로젝트와 관계된 각각의 팀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해 신속하게 수정과 보완을 반복하므로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분석과 설계, 구현, 테스트 등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기존의 워터폴(Waterfall) 방식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기존에 갤럭시S7에 탑재된 3가지 앱의 경우 프로젝트 매니저(PM)와 개발자, 디자이너가 한 데 모여 반복적으로 회의를 열고 샘플을 제작한 뒤 수정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됐다. 이렇게 개발된 S헬스 앱은 ‘만보기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기존 버전보다 보기 쉽고, 영양섭취 요약은 물론 운동이나 다이어트에 관한 조언 등이 제시돼 사용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애자일 자체가 소프트웨어 개발시 처음 나온 방식인 만큼 하드웨어 제작에는 아직 활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애자일 방식 확대 적용은 미국 실리콘밸리식(式) 기업문화 개선 조치의 일환이다. 직급체계를 단순화하고, 회의는 물론 잔업과 특근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무 방식 자체도 실리콘밸리식으로 변경해 빠른 변화에 대응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애자일은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지고 사용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이다. 지난해 9월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는 한 보고서에서 애자일 방식에 대해 “20년 이상 실리콘밸리 공룡기업들의 실험 끝에 마침내 주류(mainstream)가 됐다”고 평가하고, “애자일 접근방식 하에서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개발팀의 생산성을 높이고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 출시 속도를 앞당겼으며, 고객 경험을 개선시키는 것을 체험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내 실리콘밸리식 기업문화 개선 노력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사내 창의 아이디어 육성 프로그램인 ‘C-랩(Lab)’을 처음 도입한 뒤 지난 4월 기준 119개 C-랩 과제를 발굴했으며, 올해 12개 과제가 추가 선정됐다. C-랩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응모한 뒤 과제로 선정되면 1년 반 정도를 현업에서 제외시켜 과제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한편 애자일 방식의 소프트웨어 개발은 그룹 계열사인 삼성SDS에서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삼성SDS의 경우는 지난해부터 애자일 방식을 본격 실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존의 애자일 팀 3곳을 하나로 묶은 ‘애자일 코어’팀도 구성했다. 현재 삼성SDS에서 애자일 방식으로 근무하는 직원 수는 70여명에 이른다.

갤럭시S7에 탑재된 S헬스 앱(구글플레이 캡처)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