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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항소 불가피..애플측 추가소송 등 우려

이정훈 기자I 2012.08.25 10:26:14

법원 최종판결 주목..배상금 증액 등 지켜봐야
他소송 영향 우려..삼성 "싸움 끝나지 않았다" 전의
애플, 즉각 판매금지-소송전 확대 등도 가능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안방인 한국 법원에서 우위를 점했던 삼성전자(005930)가 미국에서는 애플측에 압도적인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아직 미국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은 상태지만, 배심원 평결이 뒤집히긴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배상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으로서는 항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애플의 압박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법원 최종판결 남아..배상금 증액 등 주시

24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소재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평결에서 9명의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이 주장한 특허 7건 가운데 6건을 침해한 반면 애플은 삼성 특허를 단 하나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삼성은 애플에 10억5185만달러, 원화로 1조2000억원이라는 대규모 배상을 하라고 지시했다.

물론 이는 최종 판결은 아니다. 이같은 배심원 평결을 전달받은 루시 고 판사는 이르면 한 달 이내에 공식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판사가 배심원단의 평결을 뒤집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아직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배심원단이 애플이 주장한 7건의 특허 가운데 6건의 유효성을 인정했다는 점이 그렇다. 이 때문에 고 판사의 판결이 삼성측에 더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로버트 바 UC버클리 법기술센터 이사는 “이번 피해액은 이례적일 정도이며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배상액 중 하나”라면서도 “앞으로 판사는 특허침해의 의도성을 감안해 이를 더 늘릴지를 판단할 것이며 최대한 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향후 또다른 제품 판매에 따른 특허침해 소지가 있는지, 제품 리콜까지 가능한지도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他소송 영향 우려..삼성, 항소 불가피한 수순

결국 삼성으로서는 항소로 가야할 상황이 됐다. 이날 삼성전자는 “이는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평결”이라며 반발하면서 “이는 배심원 평결일 뿐 아직 최종 판결이 아니며 법정에서의 다툼도 끝나지 않았다”며 전의를 다졌다. 사실상 항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의 패소 자체가 삼성으로서는 아픈 일이긴 하지만, 미국 외에도 전세계 9개국에서 30건 이상의 맞소송이 걸려 있는 만큼 이번 패소가 자칫 타 소송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포브스지도 “의심할 여지없이 이번 소송은 항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당분간 어떤 변화도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새너제이 머큐리뉴스의 크리스 오브라이언 컬럼니스트도 “삼성으로서는 이번 패소로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삼성으로서는 일단 팽결에 대해 판사측에 문제 제기를 할 것이고, 이후 판결에 따라 항소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고까지 가는 등 계속 소송을 끌고 갈 게 뻔하다”고 예상했다.

그마나 배심원단이 주도하는 1심과 달리 항소법원에서는 판사들이 법리 중심으로 판결을 내린다는 점에서 삼성측의 불리함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는 있다. 애초 삼성도 고 판사가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자료를 언론에 흘리는 등 미리 항소에 대비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겨온 바 있다.

◇ 애플, 즉각 판매금지-소송전 확대 등도 가능

다만 이 과정에서 애플이 삼성측에 더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삼성으로서도 힘들어질 수 있다.

포브스지는 “이번 평결 결과를 가지고 애플은 다른 삼성전자 제품에 대해 추가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며 당장 ‘갤럭시S2’와 같이 문제가 된 제품에 대해 미국내 판매금지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 뿐 아니라 자신감을 얻은 애플이 소송전을 다른 안드로이드 제조사들로 추가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브스도 “애플은 삼성 외에도 다른 안드로이드 업체들을 모두 걸고 넘어지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버트 바 UC버클리 법기술센터 이사는 “애플의 특허들이 유효하다고 인정받은 만큼 소송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해 기존 업체들은 애플을 반박하고 싶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삼성이 주장한 것과 다른 다른 증거를 찾아야만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마이클 가텐버그 가트너그룹 애널리스트는 “이번 평결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산업에 어느 정도 파장이 미칠지는 분명치 않다”면서도 “그러나 적어도 삼성 외에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보다 신중하게 제품 디자인을 살펴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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