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춘동 기자]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저학력,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되면서 서민경제 회복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전세대란이 저축액 감소로 이어지면서 재무상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13일 `가계 재무상태 악화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과정에서 부채는 늘어난 반면 자산은 줄면서 가계 순자산이 1159만원 감소하면서 가계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연구원은 "저축액이 감소하면서 재무구조의 질적 악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금융위기 전후 약 4년간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실질 가계 순자산은 약 17%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전월세 보증금 증가로 저축액이 더 크게 줄고 있다"면서 "전월세 보증금과 임대 보증금을 제외한 순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06년 63%에서 2010년 71%로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40대 이상 가계와 달리 부동산보유 비율이 낮은 30대 이하 가계의 순자산이 늘면서 `세대간 자산이동` 현상도 진행되고 있다"며 "40대 이상 가계의 부채 증가가 30대 이하 가계의 전월세 보증금 자산으로 전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저소득층 가계의 재무상태가 더 크게 악화되면서 `부의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었다"며 "소득 1~2분위 저소득 계층에 비해 소득 최상위 계층인 4, 5분위의 순자산 감소폭은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위기 과정에서 모든 소득계층에서 소득이 감소했는데, 저축액 감소와 임대 보증금 증가 등으로 1~2 분위의 가계 순자산이 특히 많이 줄었다. 2분위 순자산 감소폭은 2993만원에 달한 반면 4, 5분위의 경우 각각 265만원과 397만원에 불과했다.
박 연구원은 "가장의 교육정도별로 보면 저학력자의 노후대비가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며 "대졸이상은 부동산을 줄이는 대신 금융저축을 늘리고 있지만, 저학력의 경우 오히려 부동산 비중을 늘리고 있어 노후대비에 역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입주 형태별로는 자가(自家) 가계의 주택보유 기회손실이 커지고 있다"며 "자가의 순자산은 1207만원 줄었지만, 전세의 경우 금융저축이 늘면서 순자산이 2780만원 늘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박 연구원은 "가계 재무상태의 악화로 인해 서민경제 회복은 물론 고령화 사회 대비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특히 40대 이상 중고령 가계와 저학력, 저소득층 가계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어 가계의 재무상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과도한 전월세 보증금을 줄이고, 그 여유분을 저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전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연 10%가 넘는 월세이율을 제도적으로 개선해 시장금리 수준에 연동되는 서구식 임대사업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고령사회 대비를 위해 비중이 높은 실물자산이 금융자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모기지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금리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미래 자산가치 변화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