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수목원, 회색빛 가슴에 초록물이 스며든다

조선일보 기자I 2009.06.12 11:34:00

아침고요수목원·벽초지 문화수목원

[조선일보 제공] 눈부신 햇살은 점점 따가워지고 계절은 여름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제 산천은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어 싱싱한 모습을 자랑한다. 나른하고 무료한 주말을 보내기 싫다면 갖가지 풀·꽃·나무가 생기를 가득 뿜는 수목원으로 가보자.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화려한 꽃들의 향연도 볼 수 있다. 아기자기하게 정성 들여 꾸며놓은 정원을 내 집 마당 들듯 산책을 즐기고, 예쁜 풍경을 벗 삼아 사진을 찍는 재미가 크다. 경기도 북부지역의 가볼 만한 수목원을 소개한다.

▲ 아침고요수목원 ‘하경 정원’의 여름 풍경. 다양한 색깔과 자태를 가진 나무와 꽃이 어우러진다./아침고요수목원 제공

◆아침고요수목원

가평군 상면 행현리 축령산 자락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은 개원 10년을 넘기면서 매년 60만명이 넘게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30만㎡에 이르는 넓은 공간에 한국적 정원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으로 꼽힌다. 20여개 주제를 갖춘 정원으로 구성돼 계절마다 다채로운 꽃과 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발 879m에 자리 잡아 잣나무 군락으로 이름 높은 축령산의 상쾌한 공기를 느낄 수 있고 시원한 바람을 쐬며 삼림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아침고요수목원의 주제 정원은 우리 자연의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화려함이 조화를 이룬 곳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대칭적·직선적인 서양 정원과 달리 아름다운 곡선에 자연스러운 정원을 조성해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크고 작은 꽃나무와 수석·장독대 등 전통적인 소품들을 배치해 눈길을 끈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에 있는 '고향집 정원'에서는 고향 산하의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여름에는 능소화·수국·봉숭아·채송화·참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허브 정원'에는 허브 식물 50여종이 자라고 있어 직접 향을 맡고 만져볼 수 있다. '능수 정원'은 능수벚나무·능수회화나무·능수느릅나무·수양단풍나무처럼 나뭇가지가 아래로 처진 나무들만 모아 심어 동양적인 느낌을 풍긴다. '분재 정원'에서는 소나무·향나무·소사나무·단풍나무·모과나무 등을 소재로 한 다양한 분재를 선보인다.

2007년 개원 10주년 기념으로 만든 '에덴 정원'에는 장미 90여종과 작약·원추리가 화사하게 피어난다. 요즘은 '100만 송이 장미축제'가 열려 나무목걸이·나무피리·토피어리·비누만들기 등 체험행사도 마련한다. 46번 경춘국도를 타고 춘천 방향으로 가다 청평검문소 삼거리에서 현리 방향으로 좌회전해 7㎞ 직진하면 이정표가 보인다. 4~11월 성수기 입장료는 어른 6000원(주말은 8000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4000원이다. 1544-6703, www.morningcalm.co.kr

▲ 9일 벽초지 문화수목원을 방문한 가족이 ‘주목 터널길’을 거닐며 정취를 즐기고 있다.

◆벽초지 문화수목원

파주시 광탄면 창만리에 자리 잡은 벽초지 문화수목원은 개인 별장으로 사용하던 곳이었으나, 입소문이 나면서 각종 시설을 갖춰 2005년 9월 수목원으로 개방했다. 면적은 약 13만㎡다. 대개 산자락에 있는 다른 수목원과 달리 평지에 자리 잡고 있지만 교목·관목·꽃·수생식물 등 1400여점을 지형과 어울리게 배치하고 정성껏 가꿨다. 특히 동양과 서양정원의 미학을 두루 갖춘 공간으로 꾸미려는 노력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수목원에는 다양한 테마로 가꾼 정원이 자리 잡고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빛솔원'과 '퀸스 가든'이 관람객을 맞는다. 빛솔원은 이름처럼 벽초지의 상징인 두 그루의 소나무가 서 있다. 서양식 정원 형태로 꾸며놓은 퀸스 가든에서는 요즘 양귀비꽃이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조금 더 들어가면 뿌리가 다른 나무가 가지가 맞닿아 연결돼 '영원한 사랑'을 뜻하는 연리지도 볼 수 있다.

벽초지수목원의 얼굴은 꽃과 나무에 둘러싸인 연못 '벽초지'다. 벽초지 한가운데에 만든 연꽃 군락지 '연화원'에는 요즘 작은 노랑어리연꽃과 수련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한여름에는 연잎이 시야를 가릴 정도다. 나무 데크로 호수를 가로질러 연화원에 이르도록 만든 '수련길', 잠시 풍경을 즐기며 쉬는 정자 '파련정', 통나무를 엮어 만든 다리 '무심교'가 만드는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다. 수양버들 가지가 늘어진 파련정은 잇몸약 광고의 무대로도 등장해 낯이 익다.

벽초지 옆으로는 주목나무길, 단풍길 등 나무가 터널을 이루는 길과 느티나무길, 넓은 잔디밭, 유럽식 정원 등으로 깔끔하게 꾸며놓았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축구장 2배 넓이의 잔디 광장도 갖췄다. 최근에는 다비드상·비너스상 등 20여점의 조각을 전시하는 유럽식 조각공원도 새로 만들었다.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는 쉽지 않고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입장료는 4~10월 성수기에는 어른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 (031)957-2004, www.bcj.co.kr


▶ 관련기사 ◀
☞''어둠의 전설'' 조차 푸. 르. 다.
☞넓거든 길지 말거나, 푸르거든 희지 말거나
☞회색 빌딩 숲속 초록나라를 아시나요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