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윤경기자]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10일자 "대선이후, 한국 재계 안심시키기(After the Election, Reassuring Korean Business)" 제하의 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정책에 있어 재계의 우려감이 커지고 있으나 이같은 우려감은 다소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노 당선자가 선거 운동 기간중 "최근까지 지배력이 약해지긴 했지만 재벌이 여전히 한국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 반대의 뜻을 표명해 왔지만 그가 미군의 한국 주둔 철수 등과 같은 발언을 더 이상 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기업에 대해서도 더이상 협박성 발언(menace)를 하지 않고 있으며 경제에 있어 "평등주의(egalitarianism)"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노 당선자의 핵심 경제참모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외국언론들이 새 정부를 좌경적이라든지 포퓰리즘적이라든지 하며 우려감을 부추겨 왔다"면서 "이는 정말 오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노 당선자가 재벌개혁에 있어 강경한 자세를 취할 것이지만 이는 지난 97~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 재벌에게 취해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 당선자와 보좌진은 김대중 대통령이 금융시스템 및 재벌 개혁의 시작은 잘 했지만 김대통령의 두 아들과 관련된 문제로 그러한 노력이 진창에 빠졌다고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이번 대선이 재벌에 드리워진 제재들을 거둬내려는 보수주의와 노 당선자를 필두로 한 재벌개혁을 강화하려는 세력의 대결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노 당선자와 맞대결했던 이회창 후보 진영은 노 당선자의 집권 이후 경제성장이 둔화될 경우 강력한 반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 8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5~5.9%에 달할 것이라는 새로운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지난해 경제성장률 6%를 밑도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10일 금리를 동결했다.
NYT는 보수주의 진영은 노 당선자의 경제정책 등에 대결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면서 김석중 전경련 상무와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김석중 상무는 "우리는 규제완화와 경제자유를 원한다"고 전제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경제정책에 있어 매우 위험하며 그들은 급진적인 경제체제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면서 "그들의 목적은 사회주의적인 것(Their goal is socialist)"이라고 말했다.
유종일 교수는 "(재벌에 대한)강력한 법 시행 자체는 꽤 많이 진행돼 왔다"면서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재벌의 금융자본 지배를 더욱 공고히 하는 토양을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벌의 금융자본 지배는 중요한 이슈"라면서 "이와 관련해 엄격한 규제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NYT는 한 보좌진은 노 당선자가 재벌이 대형 증권사나 보험사 등 금융기업을 지배하는 것을 포기토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KIF) 연구위원은 "재벌은 그들이 하고자 하는 모든 것에 대한 충분한 기회를 원하고 있다"면서 노 당선자의 또다른 목표는 기업에 대해 부채비율 200%를 준수토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 정부의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면서 "일부 대기업들은 지난 금융위기로부터 과도한 부채가 기업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교훈을 배웠지만 일부 대기업은 기회만 있다면 부채비율을 늘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KERI)의 좌승희 원장은 "새 정부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스탠스를 따르게 될 것"이라면서 "다소 안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학교의 박내회 교수는 "노 당선자 진영은 김대중 정부에 비해 급진적"이라면서 "그러나 그들이 급진적 성향이 실제 발휘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시간과 경험이 정책적 견해를 수정시킬 것"이라면서 "그러나 시행착오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