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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암세포 돌기·소포 움직임 한 화면에…UNIST 현미경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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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기자I 2026.10.25 09: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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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마다 빛 비추는 깊이 달리하는 ‘가변형 TIRF’
서로 다른 깊이 세포 구조 동시에 선명하게 관찰
자궁경부암 세포 움직임 초당 20장 촬영 성공
암 전이·혈관 재생 등 생명현상 연구 활용 기대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살아 있는 세포에서 서로 다른 깊이에 위치한 돌기와 소포의 움직임을 한 화면에서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처럼 관찰 깊이를 바꿔가며 여러 차례 촬영할 필요가 없어 암 전이나 혈관 재생 과정에서 일어나는 세포 움직임을 더 빠르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훈(왼쪽)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와 정윤돈 연구원(사진=UNIST)
박정훈(왼쪽)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와 정윤돈 연구원(사진=UN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박정훈 교수팀이 화면 구역마다 빛을 비추는 깊이를 다르게 조절할 수 있는 ‘가변형 전반사 형광현미경(Tunable TIRF)’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혈관 내피세포나 일부 암세포는 ‘필로포디아(filopodia)’라고 불리는 가느다란 돌기를 뻗어 주변 환경을 탐색하고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는 세포막 구성 성분이나 단백질 등을 운반하는 작은 주머니 형태의 ‘소포’도 함께 움직인다.

기존 현미경으로는 바닥 가까이에 있는 소포와 위쪽으로 뻗은 돌기를 동시에 선명하게 관찰하기 어려웠다. 한 순간에 화면 전체에 하나의 조명 깊이만 적용할 수 있어 서로 다른 깊이의 구조를 보려면 조명 방식을 바꿔가며 순차적으로 촬영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촬영 속도가 느려지고 형광 물질이 반복된 빛 노출로 약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세포 표면의 돌기와 내부의 소포를 함께 촬영할 수 있는 현미경 기술 개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AI 이미지(사진=UNIST)
세포 표면의 돌기와 내부의 소포를 함께 촬영할 수 있는 현미경 기술 개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AI 이미지(사진=UNIST)
영역마다 다른 깊이의 빛 동시에 조사

연구팀은 일반 형광현미경의 조명 경로에 ‘디지털 미세거울 소자(DMD)’와 공간 필터를 추가해 이 같은 한계를 해결했다.

DMD에는 수많은 미세 거울이 배열돼 있어 각 거울의 각도를 조절하면 빛이 들어가는 방향과 깊이를 달리할 수 있다. 화면 영역별로 서로 다른 패턴을 적용하면 한 영역에서는 바닥 가까운 얕은 층을, 다른 영역에서는 세포 안쪽까지 깊게 비추는 식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137~271나노미터(nm) 범위의 네 단계 전반사 조명과 더 깊은 조명까지 포함해 총 여섯 가지 조명 깊이를 동시에 구현했다.

깊이를 순차적으로 바꿔 촬영하는 방식과 비교하면 속도도 빨라진다. 두 깊이를 번갈아 찍을 때보다 두 배, 세 깊이를 촬영할 때보다 세 배 빠르게 기록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자궁경부암 세포의 돌기 움직임과 소포 이동을 한 화면에서 동시에 촬영한 결과(사진=UNIST)
자궁경부암 세포의 돌기 움직임과 소포 이동을 한 화면에서 동시에 촬영한 결과(사진=UNIST)
암세포 돌기·소포 초당 20장 동시 촬영

연구팀은 실제 살아 있는 세포를 이용해 기술을 검증했다.

사람 탯줄 정맥에서 유래한 혈관 내피세포에서는 가장자리의 세포막 움직임과 바닥 가까이에 있는 소포 이동을 한 영상에 동시에 담았다.

자궁경부암 세포에서는 위쪽으로 뻗은 돌기의 흔들림과 세포막 근처 소포의 이동을 초당 20장 속도로 동시에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사용법도 단순화했다. 연구자가 태블릿에 표시된 세포 영상 위에 펜으로 영역을 나눈 뒤 각 영역에 원하는 조명 깊이를 지정하면 현미경이 곧바로 해당 조건에 맞춰 빛을 비춘다.

암 전이·상처 회복 연구 활용 기대

연구팀은 여러 깊이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세포 이동과 물질 수송 과정을 시간 차이 없이 관찰할 수 있어 암 전이와 상처 회복, 혈관 재생, 세균 감염 등의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형광현미경에 DMD와 공간 필터를 추가하는 방식이어서 별도의 고가 장비를 새로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여러 번 나눠 촬영할 필요가 없어 세포가 받는 빛의 양을 줄이고 살아 있는 세포를 더 오래 관찰할 가능성도 있다.

박정훈 교수는 “관찰 대상 전체에 하나의 조명 방식만 쓸 수 있다는 현미경의 오랜 전제를 새로운 개념의 설계로 뒤바꾼 연구”라며 “상처 회복이나 암 전이 과정의 세포 이동과 세포막 수송, 세균 감염 등 여러 깊이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관련 치료제를 연구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강주헌·김하진 교수와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 이상규 박사가 함께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광학 분야 국제학술지 ‘레이저 앤 포토닉스 리뷰(Laser & Photonics Reviews)’에 지난달 22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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