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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 하는데요"…국세청 뒤집은 사모님의 반전[세금,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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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기자I 2026.09.05 01: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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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1996년 경남 의령군에 설립된 조선기자재 부품 제조회사는 대표이사 이 씨가 지분 70%, 그의 아내 김 씨가 지분 20%를 보유한 전형적인 가족기업이다.

김 씨는 교직 생활을 하다 2021년부터 회사 일을 도왔다. 그 명목으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았다. 4년간 1억 2000만원이 사모님, 김 씨한테 월급으로 지급됐다.

그러던 2025년 8월, 부산지방국세청이 이 조선기자재 부품 회사에 들이닥친다. 국세청이 확인하고 싶은 것은 ‘사모님은 실제로 이 회사에서 일을 했는가’였다. 국세청 조사관들이 보기에 사무실에는 사모님 책상도 없고, 전산기록에서도 사모님이 일한 흔적이 없었다.

‘법인세 탈세’를 의심한 국세청 조사관은 사무실을 같이 쓰는 A회사 직원에게 넌지시 묻는다. “김 씨는 여기서 일하십니까?,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아시나요?” 이 직원은 “김 씨는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지, 실제 근무 안 해요”라고 답했다. 어찌된 일인지 대표이사 이 씨도 김 씨가 일을 했다는 사실을 증빙하지 못한다. 국세청 조사관이 ‘법인세 덜 내려고 가짜로 월급 줬네’라고 판단한 순간이다.

국세청은 이 회사에 김 씨에게 준 인건비 4년치는 잘못됐다며 법인세를 다시 계산해 고지했다. 회사는 과세전적부심사(세금 고지서를 받기 전 과세의 적정성을 따져보는 제도)를 청구했다가 기각을 당했다. 이 씨는 뭐가 억울했는지 올해 2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냈다. 약 6개월 만에 결과를 받아든 이 씨는 웃을 수 있었을까.

“내 아내는 회사를 살린 사람이오”

이 씨에게 김 씨는 고마운 사람이었다. 김 씨는 회사 설립 때부터 30년 가까이 회사의 등기이사였고, 물상보증인이자 경영연대보증인이었다. 즉, 회사가 망할 때 같이 책임을 지겠다고 보증을 선 사람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이 씨 회사는 2009년 창원지방법원에서 회생계획 인가를 받았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김 씨는 32년간의 교직 생활 동안 마련한 부산시 금정구 아파트를 팔아 회사 회생을 도왔다. 그 덕에 2014년 회생절차는 종결됐다.

관건은 진짜 김 씨가 일을 했느냐다. 이 씨 주장에 따르면 회사는 경영이 악화되면서 직원을 줄였고 2021년부터 김 씨가 회사 일을 하기 시작했다. 2023년 하반기 경리직원마저 퇴사한 후에는 시설 담당자 외에 직원이 없었다. 그러니 김 씨가 이 씨와 함께 도장 영업, 부동산 임대 및 시설 관리, 재무 관리까지 모조리 맡아서 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왜 같은 사무실을 쓰던 A회사의 직원은 김 씨가 일을 안 한다고 답한 것일까. 이 씨는 “김 씨는 주말 출근 등으로 비정기적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김 씨의 고정 자리가 필요 없었다”며 “A회사 직원이 잘못 알고 즉흥적으로 답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등기이사로 일했던 증빙도 없었다. 비상근 등기이사가 출퇴근 기록을 남기는 경우는 관례상 없다는 게 이 씨의 주장이다.

이 씨는 “인건비 전부를 인정할 수 없다면 최소한 중소기업 비상근 이사의 보수 등을 고려해 최소한의 보수라도 인정해달라”고 말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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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했다는 증거가 없는데...심판원 “이 씨가 맞다”

국세청이 보기에 김 씨가 일을 했다는 것은 이 씨의 주장만 있을 뿐, 근거가 하나도 없었다. 회사가 심판원에 낸 자료도 시원치 않았다.

2025년 11월 사원총회 의사록에서 참석자는 4명으로 기재돼 있으나 서명은 이 씨와 김 씨 두 명만 했다. 이마저도 세무조사가 끝난 뒤 과세전적부심사를 하던 시점에 작성된 것이었다. 이 씨도 ‘김 씨가 일한 증빙이 없다’는 확인서에 서명까지 했을 정도로 김 씨가 일한 증거물들은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어찌된 일인지 조세심판원은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국세청이 확보한 이 회사의 근로소득지급명세서에 주목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이 회사의 직원 수와 급여 총액이 계속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B직원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만 일을 했다. 도장사업 담당 이사 C에겐 2023년 6월부터 2024년 11월까지만 월급이 지급됐다. 2024년말 이 회사에서 급여를 받는 사람은 이 씨 부부밖에 없었다. 김 씨는 이 회사의 유일한 비상근 임원이라고 심판원은 판단한다.

또 심판원은 국세청이 확보한 사무실의 좌석배치도도 유심히 살폈다. 대부분의 좌석이 비어있었다. 김 씨의 책상만 없는 게 아니라 그 사무실 자체가 텅 비어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는 ‘사람이 없는 회사에 누군가는 일을 해야 했고, 그게 김 씨였다’는 주장과 맞아떨어졌다.

법인세법(시행령 43조 4항)에 따르면 비상근 임원 보수는 지나치게 많아 세금을 부당하게 줄인 경우가 아니면 비용으로 인정된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출근 기록이 아니라 월급의 액수였다. 김 씨의 연봉은 처음 2400만원에서 직원들이 줄고 일이 늘어나면서 3600만원까지 늘어났다. 이는 이 회사의 직원이었던 B와 C의 연봉(5000만원 이상)보다 적은 액수였다.

심판원은 직원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김 씨가 회사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 타당하다고 보고, 국세청에 김 씨에게 준 4년치 인건비를 모두 비용으로 산정, 법인세를 다시 계산하라고 주문했다. 국세청이 ‘사모님 자리가 없다’는 증거로 내민 좌석배치도는 심판원 눈에 ‘일할 사람이 사모님밖에 없다’는 증거로 읽혔다. 이런 아이러니가 이 씨를 살렸다.

※ 이 기사는 조세심판원 결정례를 바탕으로 사건의 흐름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등장인물의 실명과 일부 구체적인 금액은 심판원 결정문에서 공개되지 않아, 확인된 사실관계 범위에서만 내용을 구성했습니다. 결정문에 없는 세부 정황은 임의로 추정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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