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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밥상에도 오른 대미관세·김현지…‘거기서 거기’ 정치 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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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영 기자I 2025.10.08 09:00:00

“서명 안 한 건 잘했다” vs “외교 실패”
대미관세 놓고 찬반 엇갈린 민심
김현지 향한 비판론엔 이견 없어
입 닫은 보수층…‘샤이보수’ 감지
"다 공범이다" 정치 피로감 확산도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이번 추석 밥상에도 정치가 빠지지 않았다. 대미(對美) 관세 협상, ‘정권 실세’ 김현지 제1부속실장 논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등 여야가 첨예하게 맞선 이슈들이 식탁 위를 달궜다. 그러나 논쟁 대신 “다 거기서 거기”라는 체념 섞인 반응도 많았다.

최근 정치 지형이 보수 약세로 기운 만큼, 올해 추석 밥상에서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발언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샤이 보수’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강원도 춘천시 강원창작개발센터에서 열린 지역 토론회 ‘강원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번 추석 밥상에서 가장 많이 오간 화제는 통상 협상과 김현지 실장 관련 이야기였다. 그러나 평가가 엇갈렸다. 고향 포항을 찾은 중도 성향의 박모씨(26·남·서울)는 “관세 협상에서 섣불리 서명하지 않은 건 잘한 일이라는 반응이 많았다”며 “보수 강세 지역인데도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의외로 있었다”고 전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이모씨(60·여·경기)는 “문서가 필요 없을 만큼 잘된 협상이라고 하지 않았나”라며 “결국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 아닌가. 대통령의 외교 노선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김현지 부속실장을 향한 여론은 대체로 비판적이었다. 포항의 박씨 역시 “김현지를 두둔하는 이유가 결국 ‘이재명 사람’이라서가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고 꼬집었다. 보수 유권자인 김모씨도 (66, 여, 서울) “김현지가 얼마나 최측근이길래 그렇게 숨겨주려고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예전보다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샤이 보수’ 현상이다. 충북 괴산 본가를 찾은 유모 씨(29·남·서울)는 “요즘은 정치 이야기가 거의 없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전엔 시끌했는데, 탄핵 이후엔 보수 성향 친척들이 조용히 지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민주당엔 일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다’고 늘 욕했는데, 지금은 다들 말을 아낀다”고 덧붙였다. 50대 보수 유권자 여성 A씨는 “이제는 국민의힘 지지한다고 말하기가 두렵다”며 “직장에서도, 주변에서도 민주당 지지자가 많아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흐름은 여론조사에서도 감지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무선 ARS 방식)에서 더불어민주당은 47.2%, 국민의힘은 35.9%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률은 4.1%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반면, 전화면접조사를 위주로 한 한국갤럽의 9월 4주차 자료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은 24%로, 한 달 넘게 23~24%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ARS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점, 응답자 중 진보 성향이 많은 점 등을 샤이보수 현상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여야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정치 피로감을 호소하는 국민도 늘었다. 윤모 씨(59·여·경남)는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를 둘러싼 여야 공방을 두고 “사람이 사망했는데 책임 공방만 한다”며 “화재 원인은 시스템 문제일 텐데, 누구 탓이든 결국 다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무당층 유권자인 최모 씨(29·여·경기)는 “요즘은 정치 이야기하는 친구들이랑은 친구도 안 한다”며 “대부분 토론이 아니라 ‘내 말이 맞다’로 끝나버리니 지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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