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제조사 서린컴퍼니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유럽 최대 사모펀드 CVC캐피탈이 선정됐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인 칼립스캐피탈과 메리츠증권이 보유 중인 서린컴퍼니 지분 100%다. 매각 주관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 10월 예비입찰을 진행했고, 구다이글로벌-컴퍼니케이 컨소시엄 등이 참여한 가운데 CVC캐피탈이 우협 지위를 따냈다.
서린컴퍼니 기업가치는 8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7월 칼립스캐피탈이 서린컴퍼니를 인수할 당시 기업가치는 2400억원으로, 1년 반 만에 몸값이 3배 이상 뛰었다. 영국계 사모펀드인 CVC캐피탈은 지난 9월 국내 피부미용 의료기기 기업 파마리서치에 200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한데 이어 서린컴퍼니까지 품으며 국내 뷰티 기업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뷰티 기업들의 몸값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8000억원을 기록한 서린컴퍼니를 비롯해 △크레이버(2400억원) △티르티르(1500억원) △스킨이데아(1000억원) △라카코스메틱·힌스(각 425억원) 등 스킨케어와 색조를 넘나들며 경영권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생 사모펀드인 칼립스캐피탈, 더함파트너스 등은 각각 서린컴퍼니와 티르티르를 매각하며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록을 남겼다.
◇ ‘두 번의 엑시트’ 베인캐피탈, 클래시스 매각 나서나
시장에선 다음 매물 후보로 관심이 쏠린다. 피부미용 기기 슈링크로 유명한 클래시스가 대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클래시스 최대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보유한 지분 60.84%를 매각하기 위해 원매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인캐피탈은 지난 2022년 1월 해당 지분을 67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주당 1만7000원 수준이던 주가는 전날 4만8750원까지 상승했다. 지분 투자 약 3년 만에 3배 이상의 잭팟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베인캐피탈은 국내 화장품 기업을 인수해 두 번의 엑시트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베인캐피탈은 2017년 화장품 브랜드 AHC 제조사 카버코리아를 4300억원에 인수한지 1년 만에 유니레버에 3조원에 매각하며 7배 수익을 냈다. 2021년엔 국내 보톡스 1위 휴젤을 GS그룹에 팔며 3배 가까운 차익을 냈다. 국내 M&A 거래에서 손꼽히는 성공 사례다.
클래시스 인수 후보로는 GS그룹이 거론된다. GS그룹은 앞서 베인캐피탈로부터 휴젤을 인수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 GS는 IMM인베스트먼트, 싱가포르 헬스케어 전문 투자사 CBC그룹, 아랍에미리트(UAE) 국무펀드 무바달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휴젤을 사들인 바 있다. 다만 클래시스 측은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설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밖에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도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사모펀드 어펄마캐피탈은 화성코스메틱의 매각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하고 원매자를 찾고 있다. 어펄마캐피탈은 2019년 화성코스메틱을 약 1600억원에 인수했고, 2022년 동종업계인 나우코스를 200억원에 추가 인수했다. JKL파트너스와 퀀테사인베스트먼트, 헤임달프라이빗에쿼티(PE)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보유한 지디케이화장품 지분 54.68%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