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 아니라 서학개미는 브로드컴과 마이크론, TSMC 등도 바쁘게 순매수하며 꾸준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에 베팅하고 있다. 테슬라가 최근 10거래일 연속 상승하고 있지만, 차익을 실현해 AI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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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6월 11~7월 10일) 동안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엔비디아’로 집계됐다. 액면분할 이후에도 엔비디아가 급등세를 타며 130달러에 육박하고 있지만 여전히 순매수를 이어가면서다. 서학개미는 엔비디아를 최근 한 달 사이 5억 773만 8455달러 사들였다. 우리 돈으로 7005억원에 이르는 돈이다.
서학개미가 많이 사들인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모두 AI반도체 관련 종목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2위는 브로드컴(3억 3034만달러·4557억원)이다. 맞춤형 반도체 및 네트워크업체인 브로드컴은 AI 기대감에 액면분할을 앞두고 있다는 호재에 서학개미의 러브콜을 받았다. 브로드컴은 12일 10대1 액면분할을 단행한다. 물론 액면분할을 해도 전체 시가총액은 그대로지만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단위가 10분의 1로 줄어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브로드컴은 최근 한 달 사이 무려 21.11% 오르며 고공행진 하고 있으며 시가총액 역시 8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브로드컴은 지난해 5월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한 엔비디아와 지난 8일 장중 한때 시총 1조달러를 찍은 TSMC에 이어, 1조달러 고지를 넘을 차기 주자로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위는 마이크론(2억 2305만달러·3078억원)이 기록했다. 4위는 엔비디아의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구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서학개미는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GRANITESHARES 2.0X LONG NVDA DAILY)’를 한 달 사이 2억 559만달러(2837억원) 순매수했다. 엔비디아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레버리지 ETF까지 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5위는 대만 TSMC(1억 4515달러·2003억원)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로 나타났다.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AI반도체 관련 종목이 석권했다.
◇테슬라, 상승세 타자 차익매물 ‘우수수’
엔비디아가 급등세를 타며 AI반도체 종목에 대한 고평가, 고점 우려가 나오지만, 투자자 사이에서 엔비디아의 지위는 탄탄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적이 기반이 되는 만큼, 부담이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이은 실적 추정치 상향과 가파른 실적 개선세 속에 엔비디아의 밸류에이션은 주가수익비율(PER) 30배 수준을 유지해왔다”며 “5월 실적호조와 액면분할 등으로 PER이 43배까지 단기간 확대된 후, 현재 소폭 하락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서학개미의 오랜 ‘최애(가장 사랑하는 상대)’ 테슬라도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테슬라는 한 달간 51.48% 상승했고 특히 지난달 25일부터 무려 11일간 연속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그 결과 서학개미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 1위도 탈환했다.
현재 서학개미가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의 보관금액은 155억 9702만 3466달러(21조 5238억원)에 이른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6위인 현대모비스(21조8073억원)의 규모보다도 서학개미가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의 주가 가치가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달 들어 서학개미는 테슬라를 순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는 이달 엔비디아를 2억 4388만달러(3365억원) 팔았다. 주가가 급등세를 타니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자산운용사 미국주식 운용역은 “엔비디아가 급등세를 타도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에 반해, 테슬라는 추격매수보다는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부진으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를 확신할 수 없는 가운데 로보택시에 대해서도 확신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라면서 “서학개미들이 ‘사랑’에 빠진 종목은 테슬라보다 엔비디아에 가까워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