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제3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 100억 명이 100세를 살게 되는 ‘1조세 시대’를 리드할 나무여야 한다. 의료, 제약, 식품을 망라하는 <생명과학입국>이 바로 그것이다. 고령화 시대의 경제는 전세계 GDP 88조 달러 중 18조를 차지하는 생명경제로 수렴될 수 밖에 없다. 2023년도 노벨과학상 3종세트는 물리학의 아토초(Atto Second), 화학상의 퀀텀 닷(Quantum Dot), 의학상의 메신저RNA(mRNA)가 차지했다. 아토초를 통해 우리는 100경 분의 1초라는 찰나의 셔터를, 퀀텀닷을 통해 정교한 새로운 빛을 그리고 mRNA를 통해 단백질의 원료인 핵산이 아닌 유전정보만을 갖고도 간단히 백신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세가지 기술의 공통점은 보이지 않는 원자 이하의 세계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도구라는 점이다. 이제 이 도구를 통해 생명과학의 단초가 되는 미시 원자, 분자, 유전자의 세계를 직접 제어함으로써 의료, 제약, 식품산업의 혁신적 발전이 가능해졌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최고의 인재들이 의대로 진학하는 바람에 세계 최고의 의료서비스 국가로 등극했으나 의료산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에서 중위권을 맴돌고 있다. 의대 정원문제를 단순히 의사의 수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생명과학이 파생하는 거대한 생명경제를 리드할 연구하는 의사의 확충이라는 새로운 명제를 앞세웠어야 더 설득력 있는 정책이 되었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KAIST에 해당하는 ‘테크니온’에 소속된 의대는 출발부터 100% 연구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학교이며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생명과학 혁신·창업의 산실이다. 100억 명이 100세를 사는 1조세 시대를 앞두고 세계경제포럼(WEF)에서 2018년, 생명과학의 시대(Biological Century)를 선언한 이유다.
세계경제는 과학기술이라는 두뇌의 근육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되는 도전에 직면해왔다. 좋은 기술이나 특허는 200여 개 나라의 국경을 관통하며 세계를 무대로 우뚝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우리경제가 FTA를 통해 국경을 낮추고 세계경제 10위권까지의 진입 과정이 그랬다.
이제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걸맞은 리더십를 새로이 정립할 때가 되었다. 세상이 원하는 것은 깃발을 앞세우며 따라오라는 하드파워가 아니라 마음을 열어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소프트파워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 리더십의 출발선은 데이터 대항해 시대에 걸맞은 과학적 마인드로 무장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새로운 도전을 격려하며 국민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